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은 황이주 울진군수가 ‘화합과 전진’을 새로운 군정 화두로 제시했지만, 정작 군정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소통과 협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 군수는 최근 “이제 선거 과정에서 비롯된 논란과 갈등은 끝내고 울진의 미래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군민 통합을 바탕으로 민생 회복과 지역 발전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취임 이후 100일이 조직 정비와 주요 공약을 점검하는 준비 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책의 실행력과 구체적인 성과를 통해 군정 운영 능력을 평가받아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황 군수가 강조한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와 달리 울진 시내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과 깃발 등을 둘러싸고 지역사회 갈등이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란에 대해 군수가 직접 책임지고 해결책을 마련하기보다 갈등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거나 여론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군정 운영 전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현안은 황 군수의 핵심 공약인 ‘울진행복 에너지연금’이다.
내년 2월 지급을 목표로 추진되는 에너지 기본소득과 관련해 군의회와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급 계획이 먼저 발표되면서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민생안정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집행부와 군의회가 이견을 보이며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었던 만큼, 이번에도 충분한 협의 없이 정책을 추진할 경우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에너지 기본소득은 재원 확보와 지급 근거,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정책인 만큼 군의회와의 협의와 군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책임은 군수에게 있다. 군의회는 집행부의 정책을 무조건 승인하는 기관이 아니라 예산과 행정을 심의하고 감시·견제하는 독립적인 의결기관이다.
따라서 군수가 정책 추진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군의회를 설득하는 과정 역시 군정 운영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대립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협의와 조정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집행부 수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최근 황 군수가 서울 지하철역을 찾아 죽변항 수산물축제를 직접 홍보하며 시민들에게 밝은 미소와 공손한 인사로 다가간 모습은 적극적인 현장 행정의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 같은 낮은 자세와 적극적인 소통이 대외 홍보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군의회와 지역사회 내부에서도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이라면 군수가 먼저 군의회를 찾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군수의 권위를 낮추는 일이 아니라 군정 책임자로서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과정이다.
담당 부서가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반면, 군수가 직접 나서 정치적 판단과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할 사안도 있다. 특히 군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은 부서 간 협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군수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민선 9기 울진군정은 이제 출범 초기의 기대와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로 평가받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황 군수가 제시한 ‘화합과 전진’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선거 과정의 갈등을 끝내자는 메시지뿐 아니라 군정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견을 조정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군정의 성패는 갈등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느냐가 아니라,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취임 100일을 넘어선 황이주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보다 책임 있는 정책 추진과 군의회와의 협치, 그리고 군민을 향한 낮은 자세의 소통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