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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는 살짝 땀이 솟기도 하지만 완연한 가을이다. 한없이 높고 푸른 하늘에 귓불을 스치는 산들바람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큼 가슴 설레게 한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지난 터라 바람 한 자락도 훨씬 소중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너무 과장이 심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진심이다. 수확이 이미 끝난 복숭아 과수원들은 아마 내년 준비에 바쁠지도 모르겠다. 고향길로 접어들어 신나게 달리다 보면 고향의 가을 향기가 서울살이에 지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 주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마음만이라도 그 길을 달리고 싶다.
동해의 푸른 물결은 방파제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영덕 사람들을 오늘도 위로하고 격려할 것이다. 싱싱한 고기들은 우리 밥상을 풍성하게 해 줄 것이고 산야의 채소들은 향긋한 내음을 식탁에 올려 주리라. 사람들은 영덕 하면 대게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 가을 산들바람과 함께 군침을 돌게 하는 것은 바다 아닌 산에 있지 않던가? 이름하여 송이버섯이다. 모든 산에서 송이가 다 많이 나는 것은 아니다. 몇 군데 대표되는 곳이 있지만 단연 으뜸은 우리 영덕의 송이다.
소나무 군락지여야 많은 송이를 만날 수 있는데 우리 영덕의 송이는 그 향과 맛으로 최상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온 지 오래다. 안타깝게도 연전의 산불로 그 송이 군락지가 폐허로 변해 가슴앓이를 했는데 다행히 예상보다 빨리 송이가 얼굴을 내밀어 주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눈시울이 다 붉어질 지경이었다. 기후가 많이 도와주었다며 모두들 감사했다.
영덕 송이를 맛본 사람들은 그 향에 취해서 다른 곳의 송이와는 비교할 수 없노라 칭찬한다. 아무리 바빠도 그 송이를 만나러 가야 한다. 하얀 몸의 다소곳한 모습이 애잔해 보이는 송이는 그 속에 기막힌 향을 품고 있어 더 일품이다. 소나무들의 품속에서 자란 덕택이니 영덕의 소나무들에게 더 감사할 일이다. 어서 빨리 산불 피해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를 학수고대한다.
하늘이 열렸다는 개천절을 시작으로 한글날로 이어지는 연휴와 휴일이 아니더라도 국군의 날, 유엔의 날 등 굵직한 기념일이 들어 있는 10월은 휴일이 너무 많아 절반은 일하고 절반은 노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게다가 가을의 진수가 사람들을 쉬게 하고 들로 산으로 불러내는 달이다.
하지만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 아니던가? 밤이면 서늘한 방에서 저절로 책에 손이 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혀끝에 남아 있는 송이 향을 음미하면서 책장을 넘기면 더 잘 읽힐 것 같지 않은가? 단풍으로 무르익을 가을을 기다리고 깊어질 가을과 함께 잘 기른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한 막판의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하는 것 또한 10월의 몫이다.
다가올 대게 철을 맞을 준비를 철저히 하고 관광객을 맞을 여러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우리 출향인들은 이 가을에 내 고향 영덕에 친구들을 불러 모으는 일을 물밑에서 착실히 진행해야 한다. 자신부터 바쁜 일정을 미리 잘 조정해서 틈을 내놓아야 한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고 준비의 때이기도 한 것 같다.
직장들은 연말을 향해 모든 것을 결산하고 마무리할 준비를 서둘러야 하고 올해 목표의 달성을 위해 마지막 비지땀을 흘려야 한다. 학생들은 공부에 더욱 열심을 내야 하고 특히 수험생들은 입시 준비에 만전을 기하여 후회가 없도록 혼신의 힘을 다 바쳐야 하는 10월이다. 송이가 그 아름다운 자태로 사람들 앞에 서고 그윽하고 오묘한 향으로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사람의 모든 것도 다 똑같다. 노력과 인내의 결과가 아니고서는 만족한 미각도 그윽한 향취도 생길 수 없듯이 우리네 인생사도 뿌려놓고는 열심히 가꾸고 기다려야 한다. 이런 기다림의 결실을 얻어내기 시작하는 10월, 우리 영덕은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송이에 끌려 영덕을 찾고 그들의 발걸음에 영덕의 발전이 더 힘차질 수 있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자, 영덕의 송이를 만나러 가자. 친구야, 벗님네야, 걸음을 떼라. 오묘한 송이 향을 만나러 가자. 동해의 푸른 물결 우릴 맞는다. 소나무 향 그윽한 산이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