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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금 확대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지난 2025년 3월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 모습 |
영덕군이 지난해 전국에서 모은 고향사랑기부금은 약 37억 3,0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영덕 주민에게 거둬들인 주민세(약 4억 3,000만 원)의 8배가 넘는 규모이자, 전국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전국 인구 감소 지역 89곳의 평균 모금액인 7억 6,000만 원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성과다.
모금 확대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025년 3월 발생한 대형 산불이었다. 청송에서 시작된 불이 해안까지 번지며 주택 1,000여 채가 피해를 입고 주민 2,069명이 터전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러나 영덕군의 대응은 신속했다. 산불 발생 이틀 만에 고향사랑기부 긴급 모금을 시작했고, 기부 사이트 접속자가 평소의 20배로 급증하며 전국적인 온정이 이어졌다. 이러한 성과는 재난 직후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영덕군은 평소 방문객과 체류자, 기부자를 지역 자산으로 바라보는 '관계 인구' 정책을 준비해 왔으며, 민간 기부 플랫폼 '위기브'와의 협력 경험이 더해져 긴급 모금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영덕군에 지난해 새롭게 연결된 기부자는 약 3만 3,000명으로, 지역 전체 인구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이제 이들 '잠재적 관계 인구'를 일회성 기부자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방문객, 소비자, 나아가 정착 인구로 전환하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중을 모은다.
이와 관련해 먼저 고향 납세 제도를 정착시킨 일본의 사례는 벤치마킹할 만하다. 일본의 2024년 고향 납세액은 1조 2,727억 엔으로 2년 연속 1조 엔을 돌파했다.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정의 경우, 기부자를 마을의 '주주'로 부르며 숙박권과 지역화폐 포인트를 제공해 방문을 유도, 인구 8,500명 중 절반이 이주민인 도시로 성장했다. 또 홋카이도 유바리시에서는 기부자와 과거 근무자를 '유바리 라이커스'로 묶어 지속적인 방문과 이주를 유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야코노조시의 경우도 재난 응급 복구가 아닌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구체적 현안을 내세워 모금한 재원을 보육료와 의료비 지원에 투입했다.
이에 따라 영덕군 역시도 기부자를 '명예 주민'이나 '주주'로 등록해 지역화폐·숙박·특산품 혜택을 연계하고,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리는 정기적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검토 중인 생활 인구 및 복수주소 제도와의 연계도 필수적이다. 고향사랑기부를 재난 상황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청년 정착, 돌봄, 생태계 회복 등 지역 현안을 '지정 기부 사업'으로 발굴해 투명성을 높여야 재기부가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도 시급하다. 세액공제 한도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지정 기부를 확대하는 한편, 공공은 검증과 정산을 담당하고 민간은 기부자 발굴과 홍보를 맡는 민관 협업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덕군이 기록한 37억 3,000만 원의 성과는 단순한 일시적 성금이 아니다. 평소 구축해 온 관계 인구의 기반이 위기 속에서 결실을 맺은 대표적 모델로서, 지방 소멸의 해법을 찾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