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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탄소 줄이려다 숲과 삶이 울었다˝… 영덕 풍력발전 개발 `딜레마`

박문희 기자 입력 2026.09.18 13:29 수정 2026.09.18 13:32

산악 지역 대규모 풍력 개발, 산림 훼손 및 토사 관리 우려 커져
강구~달산 간 벚나무 숲길, 기자재 운송 위한 과도한 가지치기로 `흉물` 전락
주민 참여로 가꾼 추억의 벚나무 수난… ˝친환경 사업이 자연과 주민 배제˝ 지적


[고향신문=박문희기자] 지구를 살리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정작 개발 과정에서 자연을 훼손하고 주민 생활까지 위협하고 있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경북 영덕 지역의 풍력발전 개발 현장을 둘러싸고 산림 파괴와 경관 훼손, 주민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풍력발전은 대표적인 탄소배출 저감 사업이다. 그러나 산악지역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환경적 부작용이 뒤따른다.
 

특히 외부에서 허가구역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산간 특성상, 공사가 허가 범위 내에서 적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절·성토 과정의 토사가 적법하게 처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연 훼손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주민 생활권과 안전의 위협이다. 영덕 일부 풍력발전 사업 부지에서는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이 골 깊게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산지 개발이 주민들의 실제 생활환경과 안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구와 달산을 잇는 강산길의 경관 훼손은 지역 사회에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해당 도로는 울창한 숲과 수십 년 된 벚나무가 터널을 이루며 개화 시기 장관을 연출해, 주민과 운전자들이 즐겨 찾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였다.
 

하지만 대형 풍력발전 기자재를 운송한다는 명목으로 도로 주변 벚나무 가지가 대거 잘려나가면서 기존의 아름다운 경관이 크게 훼손됐다. 일부 구간은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해 나무가 고사한 흔적까지 눈에 띈다.
 

더욱 큰 공분을 사는 대목은 이 벚나무들이 과거 강구면사무소의 주도 아래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참여로 조성되어 주민 스스로 가꿔온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이다.
 

과거 영덕군의회에서도 늘어진 가지숲으로 차량 손상이 우려되어 가지치기를 권하는 질문에 영덕군이 가지치기로 인한 생육 지장을 우려해 "없던 일로 하겠다"고 답한 사례가 있음에도, 군이 사업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자체적으로 가지치기를 승인하면서 나무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됐다는 비판과 함께 특혜의혹이 나온다.
 

이 길을 아껴온 주민들은 "숲 사이를 달리던 특유의 운치가 사라졌다"며 큰 상실감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나무 식재에 직접 참여했던 한 주민은 "주인도 모르게 벚나무가 훼손된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대형 기자재 운송을 위한 일정 수준의 정비가 불가피할 수 있으나, 운송 편의만을 앞세워 주민 동의 없이 필요 이상의 산림을 훼손하는 것은 '친환경 에너지'라는 사업 본질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역 사회 전문가와 주민들은 최소한의 가지치기로 운송로를 확보하고, 불가피하게 훼손된 산림은 원상 복구하는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른다. 아울러 사업 추진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생활권과 안전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단순히 발전기의 수나 발전량이라는 수치만으로 친환경성을 평가할 수 없다. 자연을 살리기 위한 개발이 자연과 주민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그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사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연과 주민을 비용이나 장애물이 아닌 '사업의 중심'에 두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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