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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계곡이 그리운 여름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07.24 11:22 수정 2026.07.24 11:25

김청자 패션 디자이너 (김청자 브띠끄 대표)

연일 장마 같지도 않은 날씨가 계속 되면서 가끔씩 조리로 물을 뿌리듯이 가는 빗방울을 흘리다가 말기도 하는 희안한 날씨를 이어 오더니 이제 또 폭우로 긴장 시킨다. 아무려나 습도 높고 짜증나게 하는 야릇한 여름을 보내다 보니 숲이 우거진 계곡이 그리워진다.
 

그러잖아도 여름 만 되면 내 고향 영덕이 날마다 달려가고 싶도록 눈앞에 어른거리는데 휴가가 절정에 오르니 마음은 이미 고향에 내려간지 오래다. 내려가는 길만 해도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 곳도 있어 차중에서 부터 들뜨고 즐겁다.
 

창밖에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고 행인들은 우산을 받쳐 들고 부지런히 걷고 있다. 세찬 비가 아니라 평온한 모습이다. 아직 비가 내려서 그러는지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아우성 치는 방송은 듣지 못했다. 아마도 이번 비가 그치고 나면 너도나도 피서길을 뜰 것이니 전국이 몸살을 앓을 것 같다.
 

물방울 무늬의 옷감을 재단하면서 이 옷을 입고 가을을 맞을 고객 조여사를 떠올린다. 서울이 고향인 그 여성은 여름만 되면 내 고향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그런 추억을 가진 나를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계곡에 발 담그는 일을 일 삼아 피서길에 나서서야 겨우 경험했을 정도이니 그런 면에 갈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
 

내 얘기만 듣고도 입을 헤벌리며 부러워 했던 옥계 계곡은 오늘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우리 영덕의 출향민들을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릴 영덕의 피서지들을 떠올려 본다.
 

우선 첫날은 고래볼 해수욕장으로 달려 가리라. 가서 넘실대는 파도에 지친 몸을 담그고 하늘의 뭉게 구름에게 신고 인사부터 해야겠다. 동해의 푸른 물은 언제나 우리를 말없이 받아안고 부드러운 명주 이불처럼 감싸고 위로한다. 수고했다고 타향살이 애썼다고.
 

그곳의 명사십리는 환상 중의 환상 아니던가? 따끈한 모래 위를 천천히 걷노라면 뜨거운 태양 쯤 마음 속의 한가함을 앗아 가지 못하거늘 그 때야말로 천지가 내것이라 나무밑 서늘한데 누워서 뒹구는 재미는 해보아야 알 뿐이지 필설로 그 즐거움 어이 다 말하리요.
 

금쪽 같은 휴가인데 어찌 같은 장소에서 또 하루를 보낼손가 오늘은 장사해수욕장을 찾아보고 또 다른 풍광을 마음껏 즐기리라 바다가 삼면인 이 나라에 어디라고 해수욕장 없는 동네 있으랴만 영덕만 한 천혜의 땅 듣도 보도 못했노라, 다녀간 사람들이 입모아 하는 칭찬 헛말이 아니로세.
 

넘실대는 파도와 이틀을 즐겼으니 이제는 산행이라. 산성계곡 생태공원 어드밴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어 꾸며놓고 지친 심신 쉬어가라 바람이 손짓한다. 가벼운 트레킹 코스 까지 갖추고 있으니 다양하게 즐길 거리 충분히 갖추어져 지루할 새 없다더라. 게다가 흔들다리 걷노라면 약간의 설렘까지 덤으로 누릴테니 금상첨화 아닐는지.
 

영덕의 절경 중 둘째 가라면 서러울 곳 옥계의 그 계곡을 아니볼 수 없을테니 마지막 화룡정점 역시 옥계로다. 옥계 계곡은 그 명경지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기암괴석 어우러진 깊은 숲이 명물이라 명경지수에 몸 담그고 깜짝 놀라 뛰어나와 발만 담가도 몸이 시려 여름이 어디 갔나 실종신고 내야 할판 이런 선경 아니 보고 어디를 간단말가.
 

울창한 숲속에서 천막을 둘러치고 야영을 즐기는 것 그 또한 신선놀음 그 깊은 숲의 매력 어찌 다 말로 할까?
 

이보시오 벗님네들 올여름의 찌는 더위 계곡이 명의이니 우리 영덕 찾아가소. 귀하신 손님네들 섭섭찮게 대접하려 음식도 준비된 영덕을 가봅시다. 출향한 고향 친구 우리도 그분들 소중히 모시고 어울려 가봅시다. 때 맞춘 미즈구리 물회 한사발 들이키면 더위는 줄행랑이고 갓 지은 하얀 밥에 간 잘 맞춘 가자미 졸임 한 젓갈 떼어 얹으면 그야말로 둘이 먹다 하나 도망가도 모를 지경 당할테니 후회 없을 올해 휴가 영덕으로 떠납시다.
 

길라잡이 출향민들 어서 가방 챙겨 들고 손님 모시고 떠납시다. 고래볼로, 장사해수욕장으로, 산성, 옥계 계곡으로 바다 낀 수풀과 계곡 좋은 숲속으로 올여름 잠재우러 어서어서 떠납시다.
 

때마침 순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언제 내려올거냐며 서울 친구 기다리며 준비가 만반이라 이것 저것 읊어대니 입에 침이 고이는데 배가 먼저 알고 꼬로록 신호를 보낸다. 그래 친구들아 고맙다. 서울 친구들아 어서 짐을 싸거라 비 그치는 소리 가까이 들려온다. 해만 나면 출발이다. 영덕의 고향길에 서울내기 차량들이 줄을 서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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