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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의회를 비롯한 지방의원들은 선출직이라는 특성상 계 모임 나들이는 물론, 마을 단위 소규모 행사부터 각종 단체의 모임·기념행사까지 참석 요청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행사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행사장을 오가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물론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의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그러나 대외활동에 과도하게 매몰될 경우, 지방의회의 본질인 집행부 견제와 예산·정책 심의에 쏟아야 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지적이다.
군의원의 의정활동은 단순한 회의 참석을 넘어선다. 집행부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의 타당성 검토, 예산 낭비 요소 색출, 지역 현안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 제시까지 포괄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자료 분석과 법령 검토 등 고도의 연구와 준비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는 배경에는 지역사회의 평가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 깊이 있는 정책 연구와 내실 있는 의정활동을 펼치는 의원보다, 지역 행사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인사를 많이 나누는 의원이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만약 대외활동 중심의 평가가 선거 결과에까지 직결된다면, 군정 감시와 전문성에 충실한 의원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왜곡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과 지역 사회에서는 영덕군의회가 진정한 '일하는 의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태도 변화뿐만 아니라 군민들의 평가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군의원을 평가할 때 단순한 행사 참석 횟수나 접촉 빈도에 기대기보다 ▲군정 질문을 통한 문제 지적 및 대안 제시 능력 ▲예산 심의 과정에서의 낭비 요인 차단 성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조례 제·개정 실적 등이 주요 잣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 A모씨는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는 집행부를 엄정히 감시하고 군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있다"며 "주민과의 소통 역시 실질적인 정책과 의정 성과로 귀결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영덕의 정치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군민이 정치인의 '얼굴'보다 그가 해놓은 '일'과 '성과'를 기억하는 성숙한 정치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시점이다. 정치 수준은 정치인 스스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를 선택하고 평가하는 유권자의 기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수의 주민들도 의회가 아닌 지역 언론에 단골로 비추는 의원들의 행사장의 얼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를 기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