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방침을 최종 확정하면서, 한차례 계획이 무산됐던 경북 영덕이 유력 후보지로 다시 거론된다.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을 위한 부지 공모 절차에 들어가기로 하면서다.
정부는 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 물량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지 공모를 추진한다. 조만간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모를 시작해 입지 검토와 주민 의견 수렴 등을 거친 뒤, 2030년대 초 건설 허가를 받고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곳은 한때 추진됐다가 중단된 영덕 천지원전 부지다. 기장에는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가, 울진에는 한울 1~6호기와 신한울 1~4호기가 자리한다. 삼척도 과거 대진 1~2호기 예정지였다가 백지화된 전례가 있다. 정부는 2030년대 초 건설 허가를 목표로 절차를 밟아 2037~2038년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영덕은 원전 추진의 굴곡을 가장 선명하게 겪은 지역 가운데 하나다. 영덕군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신규 원전 부지로 지정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속에 2017년 지정이 백지화됐다. 한수원은 전체 예정부지 324만㎡(약 98만 평) 가운데 18.9%인 61만㎡까지 매입했다가 이후 매입을 중단했다.
지역사회가 겪은 후유증도 적지 않다. 영덕군은 원전 유치 과정에서 받은 38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한 채, 이자까지 더해 반환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추진과 해제 과정에서 지역 갈등이 격화됐고, 최근에는 산불 피해까지 겹치며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위기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덕 주민들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고 말한다. 한 주민은 “부지 선정과 해제 과정에서 큰 갈등을 겪었고 산불까지 겹쳐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원전이 들어오면 사람들이 모이고 마을이 다시 재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영덕원전유치운동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도 “인구 소멸과 낮은 재정자립도를 고려하면 지역을 돌릴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과거 유치 당시 반대했던 군민 중 상당수도 지금은 원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원전 입지는 기술·경제성만으로 결론 나지 않는다. 정부와 한수원은 부지 공모 과정에서 안전성 검증과 환경영향평가, 주민 수용성 확보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한차례 ‘백지화’ 경험이 남긴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상과 지역 지원이 단기 재정 투입에 그치지 않도록, 산업·일자리·정주 여건을 포함한 장기 로드맵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