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은 당장의 현금성 지원에 머물 것인지, 수소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만들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역이 어려울수록 눈앞의 지원은 달콤하다. 당장의 생활고를 덜고 불만을 잠시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현금성 지원만으로 지역의 체질은 바뀌지 않는다. 인구 감소를 막기 어렵고, 청년이 돌아올 일자리도 생기지 않는다. 산업 기반이 약한 지역에서 돈을 나눠 쓰는 방식은 오래갈 수 없다. 결국 미래 세대가 감당할 빈자리만 더 커진다.
울진 수소산업단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수소산단은 단순한 공장 부지가 아니다. 울진의 산업구조를 넓히고, 정주 여건을 바꾸며, 문화와 복지, 교육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다. 원전 중심 경제에 머물렀던 울진이 새로운 산업 축을 세울 기회다. 미래 100년을 말하려면 당장의 소비보다 생산 기반을 먼저 세워야 한다.
물론 길은 순탄하지 않다. 수소산단은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난관을 만났다. 산단 부지가 아닌 배후 부지라 해도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해당 부지가 복지, 문화, 교육 기능을 담는 배후지이고 공장 설립지역이 아니라는 설명만으로 군민 불안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군민의 물과 안전은 어떤 개발 논리보다 앞선다. 행정이 이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살폈는지도 따져야 한다. 법적 절차와 환경 기준 역시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 미래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군민의 불안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난관이 곧 포기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배가 암초를 만났다면 선장은 배를 버릴 것이 아니라 항로를 다시 찾아야 한다. 울진이 지금 해야 할 일도 같다. 상수원 보호와 산업단지 조성이 함께 가능한지, 대체 부지는 없는지, 규제 완화나 조정의 법적 가능성은 무엇인지, 환경 안전 대책은 어떻게 세울지 차분히 따져야 한다. 문제를 덮어서도 안 되지만, 문제를 이유로 미래를 접어서도 안 된다.
비판은 필요하다. 행정의 허점을 지적하는 일은 지방자치의 기본이다. 다만 비판의 목적은 좌초가 아니라 개선이어야 한다. 기다렸다는 듯 약점을 붙잡고 사업 전체를 흔드는 태도는 울진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흠만 찾는다면 어떤 새 사업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지역 발전은 완벽한 조건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부족한 조건을 고쳐가며 길을 내는 과정이다. 실수 없는 도전은 없다.
지금 울진에 필요한 것은 현금 살포 경쟁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투자 전략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 산업 기반, 청년과 가족이 머물 주거 환경, 아이를 키울 교육 여건, 노후를 지킬 의료·복지 체계, 삶의 품격을 높일 문화 기반이 함께 가야 한다. 수소산단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산업이 있어야 사람이 머문다. 사람이 있어야 경제가 순환한다. 지방재정도 튼튼해지고 상권도 살아난다.
군민에게 필요한 선택지는 단순하지 않다. 오늘의 어려움을 외면하자는 뜻이 아니다. 어려운 군민을 돕는 복지는 필요하다. 다만 복지와 현금 살포는 구분해야 한다. 복지는 약자를 지키는 안전망이어야 한다. 선심성 현금 지원은 정치의 유혹이 되기 쉽다. 지역 재정은 한정돼 있다. 한 번 쓰고 사라질 돈과 내일의 소득을 만들 돈을 구분해야 한다. 지금의 갈증 때문에 마중물을 마셔버린다면 영원히 갈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울진은 이제 더 큰 결정을 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안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시대 변화에 앞서 준비하는 지역만이 진짜 안정을 얻는다. 수소산단을 향한 길에는 앞으로도 암초가 있을 것이다. 환경 문제, 규제 문제, 주민 갈등, 재원 확보가 계속 따라올 수 있다. 그렇다고 도전을 멈추면 울진의 선택지는 더 줄어든다.
울진군과 정치권은 먼저 군민 앞에 정확한 정보를 내놓아야 한다. 상세한 설명과 공개 자료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군민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누가 더 큰 소리를 내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현실적인 해법을 내는지 따져야 한다.
울진의 미래는 당장의 현금을 나누는 방식으로 열리지 않는다. 산업을 만들고, 사람을 붙잡고, 삶의 기반을 키우는 투자에서 열린다. 수소산단이 만난 암초는 경고이지만, 동시에 더 단단한 항로를 만들 기회다. 울진호가 멈출지,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갈지는 울진군민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