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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혼란의 계절, 다시 서는 법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11.06 11:50 수정 2026.11.06 20:03

장 빈(빈에듀컬처 대표/ 유튜브 갤러리빈)

마당을 채우던 짙은 녹음이 섭섭한 듯 빛을 바래고, 늦가을의 쓸쓸한 바람이 정원의 나뭇가지를 스쳐 가는 계절이다. 엊그제는 마당 가득 수북이 쌓인 낙엽을 쓸어 모으고, 환한 달빛이 뜰을 비추는 댓돌에 앉아 툭 떨어진 대추를 주워 담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맞이했다. 오랜만에 곧게 자란 나뭇가지들의 불필요한 선을 다듬는 가지치기를 하노라니, 자연이 품은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손끝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풍경 너머로,요즘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연일 화면을 채우는 어수선한 소식들과 유튜브 속 자극적인 영상들을 마주하노라면, 우리가 누려야 할 진정한 자유와 주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씁쓸한 위기감이 든다. 거리에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한숨을 내쉬며 문을 닫고, 나라의 혼란 속에 국민들의 정서마저 파르라니 지쳐가는 요즘이다.
 

이렇게 세상이 뒤숭숭할수록 인간의 마음에도 보이지 않는 기후변화가 찾아오는 법이다. 나이가 하나둘 들어가며 삶의 나이테가 깊어질수록, 문득 마당에 나뒹구는 낙엽처럼 마음 한구석이 휑하니 허전해지고 '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드는구나' 하는 서글픔이 스치곤 한다. 왁자한 소통보다 혼자만의 침묵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은 날엔 한없이 충만하다가도 불쑥 찾아오는 고독감 속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나라의 위기와 개인의 연로함이 겹쳐지는 이 계절,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안식을 찾아야 할까.
 

그 해답은 문득 고개를 돌려 바라본 마당의 나무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겨울이 오면 나무들은 온갖 화려한 잎들을 다 털어내고 완벽하게 벌거벗은 채로 겨울을 견뎌낸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텅 빈 상태가 되는 그 겨울의 비움이야말로 다가올 봄에 다시 찬란한 생명을 밀어 올리기 위한 가장 완벽한 준비인 셈이다. 어쩌면 인간도 이 사계절의 섭리를 닮아,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빈손이 되는 시간을 지나 이듬해 봄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운이 아닐까. 빈부의 격차나 세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누구나 공평하게 대지의 품에서 똑같은 출발선에 서서 다시 꽃을 피워내는 자연처럼 말이다.
 

세상이 각박하고 어수선할수록,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바깥의 소음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깊은 숲이다. 내가 머무는 한림읍 귀덕리의 작은 공간 '갤러리빈'에서 흙을 만지고 마른 가지를 정리하던 그 시간처럼, 지친 일상을 잠시 멈춰 세우고 내면의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바닥에 떨어진 대추 한 알을 주워 담듯, 거칠어진 마음의 결을 다독이며 온전히 나를 돌보는 것. 그것이 이 혼란의 계절을 건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결국 계절은 돌고 돌아 혹독한 추위 뒤에 다시 눈부신 봄을 데려올 것이다. 자연이 아무리 매서운 바람을 맞이해도 스스로 일어설 힘을 품고 있듯, 우리 안의 시린 고독과 지친 의식 역시 스스로를 치유해 낼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차가운 달빛 아래 묵묵히 뿌리를 내리는 정원의 나무들처럼, 오늘 밤에는 흔들리는 시국의 아픔과 지친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쓸어안아 주어야겠다. 겨울의 빈손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마침내 다가올 봄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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