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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에 따라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이고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이 생겼을 정도이다. 금년 처서는 그런 속담마저 무색하게 할 정도로 더웠지만 그래도 자세히 보면 처서를 고비로 날씨가 많이 달라졌음을 어이하랴. 그 와중에 히말라야에서 빙하가 녹아 엄청난 재앙이 덮쳤다. 덥게만 해 주시고 사고 없게 해 주셔서 무한 감사드린다는 기도가 저절로 쏟아지게 생겼다.
그 엄청난 재난 속에 우리 국민도 9명이나 아직 소식 불통이니 온 마음을 다해 무사하기만 기도할 뿐이다. 졸지에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재앙을 당한 그 이웃들을 위해 겸허한 마음으로 위로와 도움의 손길을 보내야 한다. 기후 재앙임을 익히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더위와 싸우려 드는 게 현실이다.
아직 태풍도 비켜가게 하시고 물난리도 겪지 않게 하셨으니 그 복을 계속 허락해 주시기만 두 손 모아 빌 뿐이다. 이제 우리는 선들바람을 느끼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가을을 잘 맞이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따가운 햇살과 푹푹 찌던 더위가 오곡백과를 무르익게 하시고 논밭의 곡식들을 알차게 키워주셨다. 이제 결실을 시작하는 그들을 잘 돌보아 그동안의 농부의 정성이 헛되지 않게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도록 잘 지켜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개학을 하고 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은 심기일전하여 더위와 싸우던 방만함에서 깨어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물가로 산으로 찾아다니던 여름의 낭만에서 어서 돌아와 일상의 준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열심히 생업에 임해야 한다. 그동안 충전한 에너지를 자신의 일에 마음껏 쏟아부어 좋은 결과를 얻어내야 하고 그런 부모님의 생활 태도를 보면서 아이들은 저절로 성실한 학생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고향 영덕은 동해의 푸른 바다를 낀 천혜의 어장을 잘 돌봐야 하고 너무 더운 여름의 후유증을 잘 살펴서 건강한 바다를 지키는 일에 열성을 내야 한다. 아침저녁 서늘해지는 날씨가 가을로 접어들면 언제 더웠더냐는 듯이 마음껏 푸른 하늘을 보면서 가을 정취에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되는 것이 우리네 인심이다. 매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올여름 더위를 지겹다고만 생각하면 얼굴이 펴지지 않을 일이지만 그 뜨거운 태양이 오곡백과를 살찌우게 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더운 대신 다른 재난이 얼씬하지 않았던 일을 축복이라고 생각하면 그 얼마나 감사할 일이던가?
올해 복숭아가 유난히 맛있었던 것은 그 더운 날씨 덕이라는 걸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게 우리네 무심함이지만 한 번 되돌아 생각해 보라. 그 달콤하던 복숭아 맛을. 내 고향 영덕은 그 귀한 복숭아를 마음껏 잘 키워서 방방곡곡 실어 날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었던가? 출향민의 한 사람으로 서울에서 고향 복숭아를 베어 물을 때마다 가슴을 밀고 올라오는 감사를 주체할 길 없어 공연히 눈가가 젖어오기도 한다. 그 뙤약볕을 마다하지 않고 보살피고 키운 정성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히 그리 되는 경우가 많다. 비단 나뿐만 아니고 우리 출향인들이 갖는 고향 사랑의 마음이고 자긍심이기도 하다.
자, 이제 영덕의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입시 준비도 마무리 잘하고 평소 공부에 열심을 내서 훌륭한 인재들이 길러지기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새 학기 시작을 경건할 정도로 잘 준비해야 한다. 매사 준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은 더위에 짜증 내지 말고 우리를 잘살게 하는 기후이거니 감사하면서 새 학기 준비에 열중하기 바란다.
자, 나도 심기일전하여 가을옷부터 만들어 걸어야겠다. 유록의 복숭아 잎과 볼그레한 환상적 복숭아의 얼굴색을 매치시켜서 환상적 옷 한 벌을 지어야겠다. 옷감을 찾아놓고 그 옷을 걸어 놓을 쇼윈도부터 정리하는 손길이 신나서 춤을 춘다.
아, 가을이다.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