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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운락 칼럼위원 |
짙은 잎들이 지고 난 자리에는 앙상한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떨어진 낙엽들 또한 바람을 타고 구석진 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강은 바닥을 드러내고, 열매를 잃은 과수나무들의 모습이 애처로운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한 장 남은 달력이 벽 위에 눈곱처럼 걸려있다. 바야흐로 겨울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춥고 배고프고 슬픔이 자리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기쁘고 배부르고 웃음이 가득한 세상을 꿈꾼다. 그것이 사람들이 본성이다. 세상에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일상의 모든 일 속에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 자체를 슬픔이고 고통이라고 말하는 철학자들도 있지 않은가?
필자는 본 신문의 사설 및 칼럼위원으로서 지금까지 많은 글을 본 지면에 써왔다. 그래서 이제는 본 지면에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할 수 있는데, 매번 원고 마감 시간이 임박하면 글의 내용이 잘 정리가 되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때로 두서없이 쓴 원고를 송부하고 나서 다시 점검하면 부족한 내용들이라서 부끄러울 때도 있다.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나은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이 순간에도 하는 중이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다. 운무에 가려 반쯤 보이는 산이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항상 자연을 곁에 두고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사람들이 느껴보지 못하는 자연의 순환을 나는 항상 보고 느끼며 사는 것이다. 이 또한 축복이라고 믿는다. 겨울도 이 자연의 순환 속에서 자신의 경로를 향해 가는 중이다.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이수복 님의 ‘봄비’라는 시속의 구절이다.
시속의 내용처럼 봄비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청량감을 주고 맑음을 주며 푸른 기운을 안겨주지만, 겨울비는 우리에게 어떤 심상을 안겨줄까? 힘들고, 긴 인내심을 요구하는 심상은 아닐까? 마른 가슴, 서툰 베풂, 멀어져가는 사랑 등의 감정이 이 겨울에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의 긴 여운이 나의 가정에 나의 직장에 드리우는 것은 아닐까? 겨울은 이런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 때가 많았다. 그래서 오는 겨울은 이런 겨울이 아닌 희망차고 사랑이 넘치고, 정이 오가는 그런 겨울이길 바란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사람마다 간직하고 있는 상념과 추억은 모두 다를 것이다. 세대별로 느끼는 감정도 다를 것이다. 아버지의 겨울, 어머니의 겨울 모습이 나와 다르듯이, 내 아이들의 겨울도 나의 겨울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저마다 다른 겨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지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추운 겨울이 봄날과 같았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따스한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따스한 겨울은 날씨가 따뜻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이 따스하여 이웃을 돌보고, 사랑과 온정을 베푸는 겨울을 말하는 것이다. 오는 겨울은 이런 겨울이 되기를 바라며, 비에 젖고 있는 겨울 풍경을 3층에서 내려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