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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경북 산불 피해 5개 시군(영덕·안동·의성·영양·청송) 주민들로 구성된 '경북산불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을 향해 국가의 책임 있는 피해 회복과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촉구하는 공식 호소문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집단소송 제기와 함께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경북 초대형 산불은 사망자 31명, 산림 피해 약 3억 평, 주택 4,700여 채, 이재민 3만 6천여 명이라는 미증유의 참사를 남겼다. 이는 2005년 양양 산불의 107배,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체 피해 규모는 2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지만, 현재 정부의 지원은 약 4,000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영덕 지역을 비롯한 피해 농·어민들과 소상공인들은 실질적인 복구가 불가능한 지원 기준에 절망하고 있다. 전소된 주택을 다시 짓는 데 수억 원이 들지만 정부 지원금은 3,000만 원 남짓에 그치며, 밭을 일구던 농민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은 씨앗값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거주 요건과 세입자 배제 등 독소조항으로 인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주민이 컨테이너 임시주택에서 버티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산불을 기후변화와 강풍에 따른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있지만, 피해 주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대책위는 예방·대비 부족, 초기 대응 실패, 지휘 체계의 혼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를 키운 철저한 '인재'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올해 초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었음에도, 특별법 제10조에 명시된 '피해자 의견 반영 및 참여 보장'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피해 산정 기준과 지원금 결정 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어 피해 주민들을 단순 '시혜성 지원금 수혜자'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주민들을 더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은 것은 최근 가해진 집중호우다. 장기간 소득이 단절된 상황에서 그나마 받은 보상금마저 생활비로 소진된 가운데, 이번 폭우로 임시주택과 복구 중이던 농경지·어업 시설이 또다시 침수되고 유실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영덕의 한 피해 주민은 "산불로 모든 것을 잃고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폭우까지 덮쳐 이제는 정말 삶을 포기하고 싶을 지경"이라며 "정부는 재난이 끝났다고 발표했지만, 영덕 현장에서 우리가 겪는 재난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책위는 호소문을 통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다음 4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공식 전달했다.
피해 조사 및 지원 일정 조기 완료: 2027년 1월로 예정된 일정을 2026년 10월까지 조기 완료하고, 긴급 생계비와 정책자금 대출 등 즉각적인 금융 지원을 시행할 것.
현실적인 피해 산정 및 손해배상 기준 확립: 특별법 제10조에 따라 피해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정하고 현실적인 피해 산정 기준을 마련할 것.
재건위원회 운영의 투명성 확보: 회의 결과와 정책 결정 과정을 완전히 공개하고 주민 참여권을 보장할 것.
국가 과실에 따른 법적 손해배상 추진: 단순 구호금이 아닌 헌법(제34조 제6항)과 재난안전기본법에 따른 국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정당한 손해배상을 실시할 것.
대책위 관계자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결코 특혜가 아니다. 잃어버린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이자 국가가 국민에게 져야 할 당연한 책무"라며, "피해 주민들의 삶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국가의 책임도 끝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하게 호소했다.
산불의 상처 위에 수해까지 겹친 경북과 영덕의 피해민들. 이름뿐인 특별법이 아닌, 주민들의 삶을 실제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정부의 책임 있고 진정성 있는 결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