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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시간과 삶의 중심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10.23 10:53 수정 2026.10.23 10:55

칼럼·사설 실장 조 종 문

이제는 가을이 완숙되는 시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즈음에 어쩌다 교외로 나가보면 산하는 낙엽 빛이 완연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말은 새삼스럽지도 않은 AI시대에 살면서 우리 모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야말로 바쁘게 살고 있지 않은가.
 

특히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른 아침이면 출근하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못해 밀려드는 각종 업무 처리 탓으로 점심시간마저 아껴 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농촌에는 농부들의 부지런함이 있어서 들녘에는 풍요로운 추수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에는 해가 뜨면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쉬는 것이 자연스러운 우리네 삶의 모습이었다. 더 부지런히 일하고, 더 많이 생산하고,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이 일상의 기준이 되었던 시대가 있었다.
 

물론 부지런함은 예나 지금이나 소중한 덕목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해내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삶에는 분명한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쁘게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리는 때가 있다.
 

예컨대 하루 종일 많은 일을 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무엇을 위해 그 일을 했는지 돌아 볼 여유조차 없다면, 과연 우리의 삶은 지금 어디로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오늘날 우리는 시간과의 경쟁 속에 살아간다고 하여도 결코 과언을 아닐 것 같다. 휴대전화는 밤늦게까지 우리를 세상과 연결시키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많은 정보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바쁘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과의 대화를 미루고, 친구의 안부를 물어보는 일도 잊고 있으며, 계절이 바뀌어도 그 풍경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오늘을 살아간다. 또한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는 일도, 아이의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도 나중으로 미루면서 모두 바쁘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반드시 많은 시간을 들여야만 얻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잠시 멈추어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는 일이야말로 수많은 업무보다 더 큰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속도를 늦추는 일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일이다. 남보다 앞서가는 것만이 성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작은 일상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것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삶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바쁘게 살아가는 능력만큼이나 자신을 위해 제대로 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잠깐만이라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이웃에게 마음이 전달되는 인사를 건네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내일을 위해 살아갈 힘을 축적하는 시간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누가 더 빨리 달리는가를 겨루는 경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가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누구와 마음을 나누었는가가 더 중요할 수가 있다.
 

삶의 속도는 우리가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바쁨에 떠밀려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가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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