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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축제는 요란한데, 알맹이는 없다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10.23 10:49 수정 2026.10.23 10:50

가을이면 지방자치단체마다 축제와 행사가 넘쳐난다. 화려한 무대와 홍보가 이어지고,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행사장을 돌며 축사와 기념촬영을 한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은 행사 개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행정은 개최 실적을 성과로 내세우고 선출직은 얼굴 알리기에 바쁘지만, 축제의 주인인 주민은 소외된다. 행사는 넘치는데 관심은 없고, 예산은 쓰이는데 지역에 무엇이 남았는지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행사의 숫자가 아니라 성과보다 실적을 앞세우는 행정이다. 방문객 수와 개최 횟수, 투입 예산만으로 성공을 자평하지만 숫자가 콘텐츠의 수준이나 지역의 변화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다른 지역과 다를 바 없는 공연, 초청 가수에 의존하는 프로그램, 해마다 반복되는 기획으로는 지역문화의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무대의 화려함보다 주민이 무엇을 경험하고 다시 찾을 이유를 얻었는지가 중요하다.
 

행사 예산은 단체장의 치적이나 행정 실적을 위한 돈이 아니다. 주민의 세금인 만큼 공공적 가치와 실질적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관행적으로 행사를 열고 방문객 숫자로 성공을 선언한다면 성과 평가가 아니라 자기평가에 불과하다. 예산 집행 자체를 성과로 여기는 순간, 행정은 혈세 낭비를 정당화하게 된다.
 

선출직의 행사장 순례도 돌아봐야 한다. 주민과 소통하기 위한 현장 방문은 당연한 책무지만, 참석과 기념촬영이 지역을 위해 일한 실적으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 주민의 요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일보다 행사 참석과 홍보에 치중한다면 현장 정치는 껍데기만 남는다. 주민이 행사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선출직만 바쁘다면 누구를 위한 일정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주민의 무관심을 탓하기 전에 행정부터 책임을 따져야 한다. 홍보가 부족하거나 프로그램에 차별성이 없어 참여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기획과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수막과 보도자료만으로 홍보를 대신할 수는 없다. 주민의 실제 참여와 만족도를 살피고, 지역 특성과 수요를 반영했는지 평가해야 한다.
 

축제의 성패는 무대의 크기가 아니라 콘텐츠의 깊이와 지역에 남긴 효과로 판단해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자산을 담고 주민과 지역 예술인이 주체가 돼야 한다. 행사별 예산과 지출 내역, 관람객 수, 주민 만족도, 지역경제 기여도를 공개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방문객 숫자뿐 아니라 실제 소비와 지역 상권에 미친 영향도 따져야 한다. 성과가 부진한 사업은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평가 없이 같은 행사를 되풀이하는 것은 행정의 관성이자 예산 심의의 실패다.
 

지자체는 물어야 한다. 이 행사는 왜 필요한가. 주민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투입한 예산만큼 지역경제와 문화에 기여했는가. 답하지 못한다면 규모를 키울 것이 아니라 기획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이미 예산을 투입했다는 이유로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매몰비용에 얽매인 행정일 뿐이다.
 

지역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축제가 아니라 더 나은 축제다. 개최 실적을 치적으로 포장하고 주민 참여보다 선출직의 참석을 앞세우는 관행부터 걷어내야 한다. 주민이 찾지 않고 지역에 지속적인 효과도 남기지 못하는 축제라면 존속의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예산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축제의 주인은 행정도 선출직도 아닌 주민이다. 주민은 모르는데 선출직만 바쁘고 행정은 개최 실적을 자랑한다면, 그것은 축제의 성공이 아니라 행정의 실패다. 혈세를 들인 행사라면 주민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증명해야 한다. 축제의 가치는 무대의 화려함이나 참석자 수가 아니라 주민의 참여와 만족, 지역에 남긴 변화로 판가름 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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