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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늘어나는 기채(起債), 영덕군 재정에 켜진 경고등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02.06 10:08 수정 2026.02.06 10:10

최근 영덕군의 기채가 지난 3년간 약 700억 원 증가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재정 신호다. 기채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수단이지만, 그 규모와 속도가 빠를수록 군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기채는 주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다. 도로 개설, 각종 기반시설 확충, 공공시설 건립 등은 단기간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며, 자체 세입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또한 국·도비 공모사업 확대에 따른 군비 부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세입 기반 약화 역시 기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특히 세입 감소를 기채로 메우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크게 위협한다. 하지만 영덕군의 기채 증가의 대부분은 지난해 발생한 산불의 영향으로 기초단체가 국·도비 지원에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군 예산으로 상환 하여야 하는 구조다. 문제는 빚을 내는 것 자체보다, 그 빚을 어떻게 갚고 어떤 부담으로 돌아오느냐다.
 

지방자치단체의 기채는 결국 매년 일반회계에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며, 이는 고정 지출로 남는다. 기채가 늘어날수록 복지, 교육, 농어촌 지원, 청년 정책 등 군민 삶과 직결된 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필요할 경우 기존 빚을 새 빚으로 막는 차환에 의존하게 되면, 부담은 미래로 미뤄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정책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이다. 기채 상환 부담이 커질수록 군정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지고, 예상치 못한 재난이나 경기 침체 앞에서도 대응 여력이 약화된다. 중앙정부의 재정 관리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곧 자치의 제약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이 빚은 현재의 행정 성과를 위해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부담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재정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지역일수록, 기채에 대한 판단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단기간 성과를 내기 위한 사업인지,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투자였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기채는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도, 무조건 악으로 몰아붙일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왜 빚을 냈는지, 어디에 쓰였는지, 언제까지 어떻게 갚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책임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군정은 기채 증가의 이유와 향후 상환 계획을 군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군민 역시 재정 문제를 군정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700억 원의 기채 증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영덕군 재정의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경고등이며, 동시에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빚이 아니라, 더 신중한 판단과 분명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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