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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흔들리는 영덕향교의 도덕적 근간

최재환 기자 입력 2026.04.03 14:50 수정 2026.04.03 14:52

총회 발언 번복 회계 누락, 단순 실수 넘어선 `신뢰의 파산`
피해 유림 8명 외면한 `산불 성금 독식 의혹˝… ˝향교 정신 망각한 처사˝


[고향신문=최재환기자] 수백 년간 지역의 도덕적 보루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영덕향교가 산불 피해 성금의 행방을 둘러싼 의혹으로 거센 풍랑에 휩싸였다.
 

문제는 지난 총회 때 산불 피해 성금의 규모와 사용처에 대해 공개 질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전교는 "중앙에서 500만 원, 경북에서 300만 원이 들어왔다"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본인 역시 피해자라는 점을 언급하며 해당 성금을 본인이 수령하여 사용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도덕적 본보기 되어야 할 전교의 '신뢰 상실'
 

향교는 예(禮)와 도(道)를 가르치는 곳이며, 그 중심에 있는 전교는 지역사회의 본이 되어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번 산불성금 논란에서 보여준 전교의 태도는 유림 사회에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총회에서 본인이 성금 수령 사실을 말했던 전교가, 이후 취재 과정에서는 "성금이 들어온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성금 관련 성균관 측 관계자는 "지난 4월경 영덕향교에 산불 피해 성금을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으며, 경북향교 재단 측은 성금 관련 "구체적인 금액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피해 유림 눈물 외면, "인(仁)은 어디로 갔는가"
 

더욱 뼈아픈 대목은 환난상휼(患難相恤) 정신의 부재다. 영덕향교의 핵심 운영진인 장의 10명 중 8명이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전교는 이들을 위한 구제책을 마련하기보다 본인이 수혜자라는 점을 내세워 성금을 독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똑같이 재난을 당한 동료 유림들을 외면하고 관리자의 지위를 이용해 성금을 개인적으로 처리했다면, 이는 향교의 존재 이유인 '공동체적 헌신'을 망각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고통받는 이들을 보듬어야 할 전교가 도리어 성금의 행방을 묘연하게 만든 것은 향교의 정신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라며 개탄했다.

■영덕군 담당자 회계 점검 결과 '기록 전무'
 

영덕군청의 회계 점검 결과, 외부에서 유입된 성금에 대한 수입 및 지출 기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적 단체에 유입된 모든 자금은 명확히 기록·관리되어야 한다는 비영리법인의 회계 원칙이 처참히 무너진 것이다.

■과감한 인적 쇄신과 진상 규명...
 

현재 지역사회에서는 영덕향교가 다시금 도덕적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환부를 도려내는 과감한 인적 쇄신과 철저한 진상 규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불투명한 성금의 행방과 땅에 떨어진 신뢰. 영덕향교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통해 다시 지역의 정신적 기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전교의 결단에 모든 이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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