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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영덕의 빛과 바람> 이호신 화백의 그림 순례(4)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04.03 14:13 수정 2026.04.03 14:27

4. 해맞이공원 창포말등대, 영덕 풍력발전단지



<해맞이공원 창포말등대>(영덕읍 창포리 산5-5)


어느 곳이든 사물을 상징하고 지역 특성과 이미지에 걸 맞는 조형물은 그 자체로 광고다. 나아가 이념의 표상이 되고 장소성의 스토리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예로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개선문'을 들 수 있다.

'영덕블루로드 4코스의 푸른 바다'는 바다와 하늘이 함께 걷는 환상의 바닷길 코스로 인기가 높다. 이곳 해맞이 공원의 명품은 영덕을 상징하는 등대로 영덕의 명물인 대게의 집게발이 등대를 감싸고 오르는 형상이다. 상부의 붉은 색은 해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돋이의 명소로 게가 해를 감싸는 이미지이다. 따라서 지역 정체성과 자연경관, 나아가 시각적 감성을 함께 자아내고 있다.

↑↑ 해맞이공원 창포말등대 스케치

이 등대는 2006년 '희망의 빛 조형등대 설치계획'으로 조성되었다. 등탑높이 24m, 광달거리 23마일(중형등명기 설치)로 인근의 강구, 축산항으로 입항하는 선박을 안전하게 유도하는 역할이다. 기능적 구조물과 상징적 조형물을 모두 갖춘 관광자원이다. 조형물 구조는 대게의 형상과 일출등롱, 전망데크, 소형광장으로 구성되었다. 시공은 대양커뮤니케이션(조형), 창진종합건설(건축)에서 맡았고 2006년 12월28일에 준공했다.

꼭 10년 전 (2016) 화첩에서 그날을 추억하고 다시 붓을 드는 감회가 크다.  

해는 같으나 길손의 감흥은 다르니 창파(滄波)의 변화처럼 물결치듯 다가온다. 또 하루의 선물이다. 하늘이 어둠을 뚫고 여명과 함께 수묵과 암청, 보랏빛으로 물드는 순간, 수평선에서 붉은 해가 솟는다. 오롯이 해는 산이 아닌 바다에서 뜬다고 동해사람들은 믿을만하다.

이 해돋이를 찬미한 시인 묵객들은 수도 없지만 빠질 수 없는 동해의 기행문으로 「동명일기(東溟日記)」을 꼽는다. 이 일기는 조선 후기 의유당(意幽堂) 남씨(南氏)가 남편 신대손(申大孫)의 함흥 부임에 동행해 동명(동해) 일출을 본 여정을 기록한 기행 수필이다. 1772년 9월 17일 장엄한 일출의 감동을 기술하였다. 당시 여성으로는 외유(外遊)가 어려운 시기에 남다른 열정과 섬세한 감수성으로 감흥을 자아낸다. 현대어보다는 원문 맛을 위해 부분(한국학중앙연구원 편)을 옮긴다.
 

"처엄 낫던 붉은 긔운이 백지 반 장 너비만치 반드시 비최며 밤같던 긔운이 해 되야 차차 커가며 큰 쟁반만하여 ㅤ붉읏붉읏 번듯번듯 뛰놀며 적색이 왼 바다희 끼치며 몬져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 해 흔들며 뛰놀기 더욱 자로하며 항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로 뛰놀며 번득여 냥목이 어즐하며 붉은 긔운이 명낭하야 첫 홍색을 헤앗고 텬듕의 쟁반같은 것이 수레박회 같아야 물속으로셔 치미러 밧치드시 올라 붙으며 항 독같은 기운이 스러디고……."

이곳 영덕읍 창포리 지명은 유난히 붓꽃(창포)이 갯가에 많이 피어 '붓개' 또는 '창포'로 전해지고 있다. 즉 창포말(末)은 이 땅에 자생하는 바다의 끝이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지형덕분에 해역을 한 눈에 조망하는 등대 장소로 적합한 것이다.
누구든 이곳에 오면 기념사진을 남기게 된다. 또 인근에 머물며 전망대에 올라 일출을 맞이하고 싶어진다. 새날 속에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우주의 기상을 느낀다. 일망무제(一望無際)와 장엄한 동해의 기운으로 심신이 정화되는 까닭이다.

<영덕 풍력발전단지>

세상에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가 있게 마련인가.
수십 년간 영덕의 또 다른 상징물인 풍력발전단지가 연일 수난을 겪고 있다.
영덕 10경 중의 하나로 바닷가 주변 산과 언덕에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해 온 풍력단지이다. 해맞이 공원 뒷산에 오르면 바다를 향한 노스탤지어처럼 서서 돌아가는 거대한 바람개비가 이채로운 광경이다.

↑↑ 영덕 풍력발전단지 스케치_1

영덕풍력발전단지는 면적 16만 6.117 제곱미터이고 총 사업비 675억 원을 들여 건설하였다. 공사기간을 거쳐 2005년 3월 21일부터 가동해 오고 있다. 총 시설용량은 39.6 MW로 1,650 KW급 풍력발전기 24대가 설치되어 있다. 발전량은 일 년에 총 9만 6,680MWh로 약 2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으며 군민 전체가 혜택을 누린다고 한다. 높이가 약 80m에 한쪽 날개 길이가 무려 41m이르는 장대한 구조물을 다가가서 보면 그 크기에 놀라게 된다. 이것은 덴마크 의 풍력터빈 제조사 베스타스( Vestas) 가 설비했다고 한다.

↑↑ 영덕 풍력발전단지 스케치_2

이 풍력단지 안에는 해맞이 캠핑장,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창포해맞이축구장,비행기 전시장, 별반산 봉수대, 국립 영덕청소년해양환경체험센터, 바람개비언덕,고산(孤山)윤선도(尹善道,1587~1671)시비(詩碑), 신득청(申得淸, 1332~1392) 역대전리가시비(歷代轉理歌詩碑) 등이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곳의 풍력시설이 연이은 사고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월 2일에 21호기에서 블레이드 파손으로 인해 타워 구조물이 꺾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3월 23일 오후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19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정비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이 사고는 발전기 내부에서 시작된 불이 블레이드(날개) 추락으로 이어지며 피해를 키웠고, 주변 산불로 확산됐다가 수 시간 만에 진화됐다. 잇단 설비 이상과 대형 사고는 노후화에 따른 안전성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영덕 풍력발전단지에서 잇따른 사고가 발생하자 영덕군이 노후 풍력발전기 전면 철거를 정부에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설계수명을 넘긴 설비에서 중대 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준공 후 20년이 지나 노후화가 진행된 데다 최근 연이은 사고로 더 이상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자체에 직접적인 권한은 없지만 관계 부처에 철거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안으로 원전유치의 필요성을 적극 역설하고도 있다.
 

위의 뉴스를 접하며 글을 쓰는 필자의 마음은 스산하다. 먼저 사고로 숨진 유가족에게 송구함이 일어나기에. 이미 오래 전(2016년) 화첩에 담은 그림과 근자에 현장을 다녀와 작품 준비 중 사건 소식이 들려 온 것이다. 해서 미련을 버리려고도 마음먹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이 엄혹한 현실을 받아들이며 붓을 들기로 했다. 한 때 세상의 빛을 나누어 주었던 상징물을 증언하는 일도 작가의 소명임을 자각하면서.


어찌 아름다움만을 추구할 것인가. 비록 무생물이지만 영덕의 상징으로 21세기를 풍미한 풍력발전기를 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해서 화첩을 다시 펴고 풍력발전단지의 밤을 그리기로 했다. 밤과 어둠을 밝혀주던 시절을 돌아보며. 사실 세상에서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이 그림이 훗날 오늘의 영덕을 증언하는 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시대의 아픔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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