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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병곡 백석항 무허가· 불법 확장 어장 만연 황폐화 우려

김상구 기자 입력 2025.09.19 11:14 수정 2025.09.19 11:19

남해안 고수온으로 멍게 폐사 계속되자 상대적으로 수온 낮은 동해안 몰리면서 불법 만연
소형 어선 한 척 통과하기 어려울 만큼 불법 어망 촘촘, 어항으로 부적절 어민 불만 뒷북 행정

↑↑ 병곡 백석항

[고향신문=김상구기자] 경남 통영시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식 멍게를 생산하는 영덕군에 허가구역을 초과하는 불법 양식이 판치고 있어 행정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통한 어장질서 확립이 요구된다. 

 

이같은 현상은 우선 멍게의 주산지인 남해안의 경남 통영시가 바다 고수온으로 남해안 멍게가 집단 폐사하자 상대적으로 수온이 낮은 동해안으로 양식이 몰리면서 무허가 양식장이 난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어민들은 불법 확장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양을 키우는 밀식에 미역과 다시마를 키우는 해조류 양식장에도 멍게를 키워 어장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멍게 양식이 한창인 시기 백석항에서 동쪽으로 12㎞ 떨어진 멍게 양식장은 온통 새하얀 스티로폼으로 뒤덮여 있다. 이 시기 바닷속 긴 줄에 포도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멍게와 연결된 부이들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통상 멍게 양식장 한 곳의 면적은 가로 250m, 세로 160m로 4㏊이다. 이 크기만큼 일정 간격을 두고 또 다른 양식장이 들어선다. 하지만 백석리 양식장은 무분별한 확장으로 소형 어선 한 척조차 통과하기 어려울 만큼 서로 바싹 붙어 있다.
 

당초 영덕군이 허가한 멍게 양식장은 22곳에 면적으로 축구장(국제공인 7,140㎡) 140개와 맞먹는 100㏊에 달한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하는 어민들에 따르면 불법으로 넓힌 무허가 양식장 면적도 100㏊가 넘는 등 배가 넘는 면적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어민 A씨는 "한 명이 확장해 돈을 버니까 다른 사람들도 줄줄이 넓혀 허가 면적만큼 무허가로 운영되는 실정"이라며 "과도한 양식 시설과 밀식으로 조류(물 흐름)도 원활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밀식에 따른 수온 상승도 우려되면서 멍게에 병균 침투 개연성이 아주 높다. 특히, 어민들끼리도 불신이 깊어 상호 고소·고발하는 일이 잦아 지역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이다. 무허가 양식이 늘어난 건 주산지인 통영지역 멍게가 고수온에 따른 폐사로 사실상 전멸했기 때문이다. 

 

멍게 서식에 적정 수온은 10~20℃로 30℃를 웃도는 고수온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폐사한다. 수온 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28℃에 도달할 때 발효되는 고수온주의보 발령 일수도 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남해 지역 고수온주의보 발령 일수는 지난 2020년 22일에서 2021년 35일, 2022년 62일, 2023년 54일로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무려 71일간 지속됐다.
 

지난 2019년 20% 수준이던 통영의 멍계 폐사율은 이후 매년 40~70% 수준을 오가다 지난해 처음으로 97%를 기록했다. 생존률이 3%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가격도 급등해 1㎏당 1만6,000원에 거래되던 활멍게(껍질 제거 후 깐 멍게 기준)는 4만~5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마저도 물량이 없어 냉동 멍게가 예년보다 30~40%가량 오른 1만6,000원 선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통영의 멍게 양식 어민들이 수온이 낮은 동해로 몰리면서 무허가 양식도 늘고 있다. 매년 5월이면 4㏊에 3,000만~4,000만 원의 멍게 종자를 영덕으로 가져와 수확량의 70%를 가져가는 조건으로 영덕 어민들과 계약한다는 것이다.
 

지역 어민들은 "면적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벌 수 있는데다 멍게 가격이 계속 올라, 종자를 받은 영덕 어민들은 불법 확장 유혹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고 현실을 말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올 6월에는 백석항에서는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 양식장으로 허가된 4㏊의 마을 어장에 4,000만 원 상당의 멍게를 몰래 키우다 적발되기도 했다.
 

밀식과 불법 확장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영덕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 멍게 어장도 황폐화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경북 동해안의 양식 멍게 생산량은 2022년 2,570톤(t)에서 2023년 1,716t, 지난해 1,457t으로 줄었고 올들어 6월까지 585t으로 지난해 절반(728.5t)에 한참 못미쳤다.
 

어민 B(60)씨는 "영덕 어장마저 무허가 양식으로 황폐화되면 이제 더는 멍게를 맛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영덕군 등 관계 당국이 하루 빨리 단속에 나서 어장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영덕군은 불법적 운영이 비일비재한 멍게 어장의 현황을 어민간 분쟁을 통해 현황을 인식하고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에 따른 대책 마련을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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