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이 48년째 운영 중인 죽변 비상활주로 이전을 놓고 현행 기부·양여 방식이 군에 과도한 재정부담을 지울 수 있다며 기존 조정 합의안 재검토에 나설 방침이다.
죽변 비상활주로는 울진군 죽변면 일대 국도 구간에 길이 2800m, 폭 47.5m 규모로 1978년 조성됐다. 평상시에는 국도로 이용되지만 유사시 군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된 비상시설이다.
활주로 조성 이후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와 지역개발 제약 등을 이유로 폐쇄 또는 이전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주민 집회도 여러 차례 열렸지만 장기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전 논의는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계획이 확정되면서 본격화됐다. 비상활주로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 간 거리가 약 1.1㎞, 한울원자력본부와는 약 2.6㎞에 불과해 항공기 운용에 따른 안전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재를 거쳐 2016년 비상활주로 이전 또는 폐쇄를 위한 조정안이 마련됐다. 이후 2022년 12월 국방부와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주민대표 등이 참여해 죽변 비상활주로를 폐쇄하고 기성면 울진비행장에 대체시설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사업은 울진군과 한수원이 대체시설을 조성해 국가에 기부하고 기존 죽변 비상활주로 부지를 양여받는 기부·양여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취임한 황이주 울진군수는 같은 달 30일 울진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죽변 비상활주로 대체시설 조성사업 착수보고회’에서 현 조정서의 비용 분담 구조와 기관 간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황 군수는 “현 기부·양여 방식을 검토한 결과 울진군이 안아야 할 부담이 매우 크다”며 “재정 여건이 열악한 울진군이 국가안보 시설과 에너지 시설 때문에 다시 군민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울진군이 문제 삼는 핵심은 대체 비상활주로가 국가안보와 관련된 시설인데도 이전 과정에서 군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신한울 3·4호기 추가 건설에 따른 안전 문제로 이전 필요성이 커진 만큼 비용 분담도 이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진군과 한수원은 관련 예산 지원을 두고 이미 입장 차를 보였다. 울진군이 한수원에 ‘죽변 비상활주로 이전 사업 관련 주민 협력 방안 마련을 위한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한수원은 조정서에 주민 지원과 협력 방안에 대한 자사의 역할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현 조정 합의안에는 한수원이 대체 활주로 이전 공사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구체적인 공사비는 실시설계 이후 확정될 예정이다.
울진군은 대체시설 조성 과정에서 설계용역비와 진입도로 개설, 이전 지역 주민 민원 해소, 기존 활주로 폐기물 처리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황 군수는 “죽변 비상활주로 폐쇄는 추가 원전 건설과 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안”이라며 “이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백억원 규모의 부대비용을 모두 울진군이 부담하는 구조라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합의안에 비용 분담과 관련해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정부와 한수원 등 관계기관과 조정안 재논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