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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에는 수십 년째 행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주택이 적지 않다. 과거 행정 절차가 미비했거나 인허가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전에 지어진 탓에 건축물대장이 없거나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지 못한 이른바 '미등기주택'이다.
문제는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수십 년, 길게는 평생을 해당 주택에서 살아오면서 재산세 등 지방세를 꼬박꼬박 납부해왔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공적 장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후주택 개보수와 에너지 효율 개선 등 각종 주거복지 지원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세금을 부과할 때는 주택으로 인정하면서, 정작 복지와 재산권을 행사할 때는 주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과연 이를 온전한 행정이라 할 수 있겠는가.
법적 소유권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매매와 상속, 담보대출 등 기본적인 재산권 행사도 제약받는다. 과거 행정 착오나 등기 과정의 오류 등으로 평생 일군 집을 자녀에게 제대로 물려주지 못하는 억울한 사례도 있다. 고령 주민이 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 사망한 뒤에는 주택이 방치돼 농어촌 빈집 문제와 가족 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재산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행정적 미비와 제도적 공백을 현재의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는 구조적 문제다. 과세 의무는 요구하면서 주거복지와 재산권은 보장하지 못하는 '과세와 행정의 불일치'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농어촌 미등기주택 양성화를 위한 특별법안」은 늦었지만 반드시 논의할 가치가 있는 법안이다.
법안은 2005년 이전 건축돼 실제 거주 사실이 확인된 주택을 대상으로 심의를 거쳐 등기 절차를 간소화하고, 농지보전부담금 면제와 이행강제금 감면 등의 조치를 통해 현실적 양성화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최종 등기 이전이라도 양성화 대상으로 의결되면 주거복지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고령화가 심각한 농어촌의 현실을 고려한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무분별한 양성화로 인한 난개발이나 투기, 안전 문제 등은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그렇다고 제도적 흠결을 바로잡아야 할 주민들까지 일률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실제 거주 여부와 건축 시기, 토지 이용관계 등을 엄격하게 확인하되, 선의의 실거주자에게는 합법적인 주거와 재산권을 되돌려주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농어촌 고령 주민들에게 미등기주택 문제는 서류 한 장의 문제가 아니다. 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이자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재산이며, 노후의 최소한의 주거 안전을 지켜주는 공간이다.
행정의 실책과 제도 부재로 수십 년간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주민들에게 더 이상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국회와 정부는 당리당략을 떠나 특별법안을 조속히 심의하고, 실효성 있는 양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금은 꼬박꼬박 걷으면서 권리는 외면하는 행정은 이제 끝내야 한다. 농어촌 미등기주택 양성화는 특혜가 아니라, 뒤늦게라도 국가가 바로잡아야 할 최소한의 행정적 정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