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면서 사업의 성격과 추진 방향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논란도 커지고 있다. 울진의 장기적인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대형 사업인 만큼 정치적 공방보다 사업 구조와 재정부담, 기업 유치 전략을 군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는 전임 군수가 원자력 인프라를 활용해 청정수소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기업을 집적하기 위한 국가산업단지로 구상됐다. 원전이 밀집한 울진의 입지적 특성을 활용해 수소 생산과 관련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사업의 기본 취지다.
전임 집행부가 구상한 사업 방향도 단순한 산업용지 조성보다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략과 연계한 산업 생태계 구축에 무게가 실렸다. 전력과 수소 생산 기반, 기업 유치 여건 등을 갖춰 관련 기업이 자발적으로 울진을 찾도록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반면 최근 지역에서는 산업단지 분양률과 미분양 가능성, 이에 따른 울진군의 재정부담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 전략산업 육성이라는 측면보다 산업용지 분양사업의 성패를 중심으로 사업을 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현 집행부의 구체적인 입장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본지는 관련 사안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입장을 듣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공식 설명보다 지지층 측의 주장, 각종 추측이 뒤섞이며 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가 울진의 산업과 인구, 지역경제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사업 성격을 둘러싼 인식 차이가 커질수록 정책에 대한 군민의 판단도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국가산단 조성 과정에서 울진군이 실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책임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정부와 사업시행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수소 생산단가와 전력 공급 여건, 입주 예정 기업에 제공할 인센티브와 기업 유치 전략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전임 군정이 처음 그린 사업 구상과 현 군정이 추진하는 계획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 내용도 군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사업을 둘러싼 평가가 정치적 이해관계나 ‘카더라’식 소문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임 군수와 현 군수가 사업의 취지와 방향, 현실적인 위험 요인을 놓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누가 옳으냐를 가리는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울진의 장기적인 산업 전략을 놓고 정책적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가 울진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지, 재정부담을 키우는 사업이 될지는 결국 사업의 구체적인 구조와 실행 전략에 달려 있다. 그 판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군민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