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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민의 선거로 선출된 군수가 지역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정도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다는 데 있다. 다음 선거를 의식해 표심을 잃을까 두려워 작은 행사조차 불참하기 어려운 군수의 처지는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잦은 행사 참석은 필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의 낭비와 행정력의 누수다. 행사장에 참석한 군수는 쏟아지는 민원성 요구나 소규모 단체의 지원 요청을 면전에서 거절하기 어렵다. 결국 즉흥적으로 지원을 약속하게 되고, 이는 곧 군비의 낭비로 직결된다. 한정된 예산을 공정하고 체계적으로 편성하고 운용해야 할 군수가 행사용 선심성 약속에 얽매이게 되면, 정작 군 전체를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의 우선순위가 뒤틀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군수 본연의 임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역 경제 활성화, 사각지대 없는 복지 정책 마련, 지속 가능한 지역 개발, 그리고 행정 조직을 이끄는 효율적인 직원 운용 등 군수가 챙겨야 할 굵직한 군정(郡政)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선거용 '얼굴 비치기'식 일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이러한 핵심 과제들을 소홀히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 전체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과 군수 양측의 성숙한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주민들의 의식 전환이 시급하다. 우리 단체 행사에 군수가 오지 않으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거나, 이를 다음 선거의 표심과 연관 짓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군수가 소규모 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그 시간에 군청에서 지역 전체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무리한 초청과 참석 요구를 자제하는 성숙한 주민 의식이 필요하다.
둘째, 군수의 결단과 위상에 걸맞은 대응이 요구된다. 표를 의식한 행보보다는 지역의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단체장으로서의 위상과 본연의 의무에 집중하기 위해, 행사 참석에 대한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고 이를 군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설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군수의 진정한 무대는 박수가 쏟아지는 행사장이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단해야 하는 군정의 한복판이다. 군수가 선거가 아닌 '지역의 미래'를 의식하며 일할 수 있도록, 이제는 군민이 먼저 군수의 시간을 지역 발전을 위해 온전히 내어주어야 할 때다. 일하는 군수,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성숙한 군민이 함께할 때 우리 지역의 진정한 도약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