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동해산업연구원의 경북도 이관을 놓고 울진지역에서 말들이 많다. 복잡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당장 들어가는 돈을 줄일 것인지, 울진군이 가진 연구기관에 대한 권한과 미래 가치를 지킬 것인지다.
환동해산업연구원을 두고 일각에서는 ‘세금 먹는 하마’라는 지적이 나온다. 울진군이 해마다 15억원 안팎을 지원해야 하는 만큼 군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다.
이 주장만 놓고 보면 경북도로 이관하는 것이 맞아 보일 수 있다. 울진군이 부담하던 운영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현재 환동해산업연구원이 울진군 산하 출연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울진군은 연구원 운영과 사업 방향에 일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필요한 연구나 조사에 대해서도 지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경북도로 다시 이관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연구원이 울진에 그대로 있더라도 울진군이 지금처럼 직접적인 관리와 운영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쉽게 표현하면 매년 들어가는 운영비 부담을 덜어내는 대신 울진군이 가지고 있던 중요한 권한을 내려놓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미래의 재산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환동해산업연구원의 가치는 단순히 건물이나 직원 수로만 판단해서도 안 된다.
울진군은 그동안 연구원을 통해 이공계 분야의 연구개발을 지원해 왔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특허와 연구 성과가 축적됐고 지역에서 필요한 조사와 연구 의뢰도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연구 성과와 특허, 기술력이 앞으로 어떤 경제적 가치로 돌아올지도 따져봐야 한다.
당장 매년 15억원 안팎의 지원금만 바라보면 부담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연구원이 보유하거나 앞으로 만들어 낼 기술과 특허, 연구 성과가 지역 산업과 연계될 경우 그 가치는 단순한 연간 운영비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500억~600억원대 자산 가치 역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다. 실제 그 정도의 자산 가치가 있는지, 울진군이 유지할 경우 어떤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당장 눈앞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경북도로 이관할 것인지, 매년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연구기관에 대한 권한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지역의 미래 자산으로 활용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단순히 ‘연간 15억원을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울진군이 연구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은 지역에서 필요한 연구개발과 정책 연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전과 수소, 해양바이오, 수산업 등 울진의 미래 산업과 연구 기능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따라 연구원의 가치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울진군이 연구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매년 운영비만 부담하고 있다면 경북도 이관을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집행부는 단순한 재정 부담만을 이유로 이관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연구원이 지금까지 만들어 낸 특허와 연구 성과가 무엇인지, 자산 가치는 얼마인지, 향후 울진군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정책적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군민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경북도로 이관했을 때 울진군이 잃게 되는 권한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연구 과제 선정과 기관 운영, 특허와 기술 활용, 지역 업체 지원 등에서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현재 집행부는 경북도 이관을 검토하고 있고 군의회에서는 이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어느 쪽이 울진의 미래를 더 깊이 고민하고 있는지는 충분한 자료와 논의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지금 당장 나가는 돈만 보면 이관이 답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미래의 가치까지 생각한다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연간 15억원을 아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수백수천억원의 가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연구기관의 권한을 지키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군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환동해산업연구원은 울진에 있지만 울진군이 아무런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기관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지금의 지원금을 감수하면서 울진의 미래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으로 키울 수도 있다.
결정은 한번 내려지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집행부와 군의회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앞세우기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군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당장의 지출과 미래의 가치 가운데 무엇이 울진을 위한 선택인지 판단하는 마지막 기준은 결국 군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