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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영덕의 빛과 바람> 이호신 화백의 그림 순례-8-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08.14 13:42 수정 2026.08.14 13:50

8. 영해 대진해수욕장, 병곡 고래불해수욕장



<대진해수욕장>

 

영덕은 국내에서 여름 피서지로 크게 알려진 곳이 해수욕장이다. 그중 영해의 대진해수욕장은 빼어난 경관과 역사 그리고 편의시설(주차장 등)이 좋아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고운 모래와 송림이 어우러진 곳으로 너른 영해평야의 송천(松川)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른다. 수심이 완만해 예로부터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찾는 곳이다. '대진(大津)' 이란 큰 포구라는 뜻으로 대진항과 마을의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
 

대진해수욕장의 경관을 살피려면 인접한 상대산(上臺山,183m)으로 올라야한다. 그곳 정상의 정자 관어대(觀魚臺)에서 살펴보는 것이 최상이다. 오늘날 관어대 5경 코스로 알려진 관어대는 고려 최고의 유학자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을 기리며 그의 사상과 선비정신을 떠올리는 곳이다.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동해의 기상 속에서도 해돋이는 감동어린 장관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수욕장의 풍광은 자연(바다)과 인간의 만남과 조화가 상생의 빛으로 반짝인다. 수많은 텐트와 야영장비, 그리고 물놀이 하는 남녀노소의 수영복 패션이 마치 모래 위에 핀 꽃들처럼 보인다. 또한 물비늘처럼 윤슬이 바다를 물들인다.

과거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관동팔경을 유람하며 정자에 올라 쓴 글이 마치 이곳의 풍광을 노래해 주는 것 같다.

"바닷물이 매우 푸르러 하늘과 하나 되니 앞으로는 아무것도 가린 것이 없다. 해안에는 모래위의 돌과 바위가 언덕을 이루며 파란물결 사이로 보일락말락하다. 특히 해안은 반짝반짝 눈빛모래로 밟으면 사각사각 옥구슬을 밟는 듯하다. 모래사장에는 해당화가 붉게 피었고, 우거진 솔숲은 높이 솟아 하늘과 맞닿아 있다." (이익성 역, 을유문화사, 2004)
 


모래사장을 살피며 걷는데 해당화는 보이지 않고 낮은 풀꽃과 해안 식물이 눈에 밟힌다. 궁금한 터에 이곳의 자생식물 조사차 온 생태학자 노춘환, 이은정 연구원을 만났다. 행운 속에 화첩을 열고 갯메꽃, 갯방풍, 해란초 ,통보리사초를 화첩에 그려 담는다.
 

대진해수욕장은 이어지는 고래불해수욕장과 함께 '영덕 블루로드 C코스 이다. 해수욕은 물론 바다와 송림을 따라 걷는 낭만과 사색의 해안 이기도하다.
 

밀려오는 파도와 아득한 수평선은 독백과 그리움의 장소이기도 하므로.

내 어릴 적 기억 속에는 동해의 파도소리와 추억의 그 날이 빛바랜 흑백 사진 속에 남아 있다. 영해교회에서 운영한 영해유치원을 다녔는데 대진 바다로 소풍을 가 찍은 장면이다. 붉은 빵모자에 유치원복을 입고 칼바위에 올라 오도카니 서 있는 모습이다. 이후 영해초등학교(국민학교) 때 소풍도 거반 걸어서 이 대진바다로 갔다. 소풍날 삶은 계란과 사이다는 고운 모래밭에서 먹는 최상의 음식이었다. 그리고 파도와 검푸른 바다는 어린 나에게 무한한 동경의 날개를 달아 주었다. 그 추억의 대진바다, 해수욕장에서 느끼는 감회는 특별하다.

 


<고래불해수욕장>

 

행정구역상 영해면의 대진해수욕장과 연결된 병곡면의 고래불해수욕장은 동해안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다양한 편의 시설과 매우 긴 해안으로 피서객의 수효를 충족시켜준다.
 

예전에는 이 일대 바다에 고래가 자주 회유(回遊)하던 곳으로 전해진다. 이 까닭에 사람들은 넓은 모래벌 가까이서 고래를 만나기로 '고래가 노니는 넓은 모래벌' 즉 '고래불'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편 고려 말의 목은 이색 선생이 상대산에 올라 병곡 앞바다를 바라보다 고래가 흰 물기둥을 뿜으며 노니는 모습을 보고 이 일대를 '고래뿔'이라고 칭했으며, 후대에 자연스레 '고래불'이 되었다고 전한다.

이 바다의 자원은 오늘날 수많은 관광과 휴가객을 불러오고 있다. 해송이 즐비한 녹음 짙은 숲에 자리한 평상과 휴식 공간은 매우 이색적인 풍광이다. 해변을 향한 차량숙소인 카라반은 코끼리, 토끼, 코뿔소, 강아지, 사슴반으로 나뉘어 실비로 제공한다. 고래불 상징 조형물과 야외 분수대의 물보라를 만끽하고 모래사장에 설치된 멍포토존(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곳)도 인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래불해수욕장의 장점은 에메랄드 바다물빛이 별천지다. 파도와 명경지수(明鏡止水)에 심신을 맡기고 모두들 즐거워한다.

청소년들을 위한 특별행사로 지난 <여름꽃물캠프-여름채집>(8.3~8.6)은 해안의 생태를 알게 하고 자연의 고마움과 여름밤을 즐기는 일로 기획되었다. 성인을 위한 파크골프장도 성행하고, 시원하게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모트보트에도 눈길이 간다.


한편 이곳의 문화유산인 정자를 찾으니 봉송정(奉松亭)이다. 불볕더위에 누각에 오르자 금세 시원하다. 솔바람과 해풍이 이곳으로 불어드는 까닭인가? 정자 모서리 기둥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가히 관동팔경에 버금가는 정취로 펼쳐진다. 예전 평해 월송정과 울진 망향정에서 밤바다를 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고려시대 때부터 존재했던 정자는 오래전 소실 됐으나 근년(1987년)에 새로 지은 것이다. 그 규모가 크고 장대하다. 난간 아래 기둥은 화강암을 사각으로 깍아 세워 마치 경복궁 경회루의 느낌이 난다. 유래에 의하면 봉씨(奉氏) 성을 가진 이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또한 해풍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로 심었다는 1만 그루 해송의 고마움을 받들고 기리는 뜻으로 지었다는 설이다. 나는 후자의 뜻을 존중하니 '봉송정'은 의미가 깊다. 대진의 관어대가 내려다보는 형국이라면 고래불의 봉송정은 수평선 위로 올려다보는 시각이다.

이곳으로 귀양 온 고려말, 조선초의 무신 춘곡(春谷) 안로생(安魯生)은 <영해십이영(寧海十二詠)에서 7영(詠)으로 '봉송정'을 노래했다.

바다는 넓고 파도소리는 장쾌한데
빈 들판엔 회오리 바람만 일어나네
울타리가 되어주는 소나무는 무성하게 숲을 이루며
천년동안 푸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네
향기 좋은 풀은 푸른 담요를 펼친 듯하고
맑은 날의 모래는 흰 눈처럼 깊이 쌓여 있는데
몇 사람들은 술을 갖고 날마다 찾아와주니
흥에 겨워 세속에 번뇌하는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네
역주 이완섭 『영덕의 명승절경』162쪽

나도 달빛이 좋은 어느 날, 이 정자에 올라 파도와 솔바람소리에 취하고 싶다. 길손들에게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전해주는 봉송정! 그리고 바다와 고래불해수욕장은 영덕의 자연유산으로 사랑받으며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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