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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뜨거운 날씨임에도 마을 해안에 밀려드는 스노클링 객들을 보면서, SNS로 공유하는 그 풍경을 보면서 "어떻게 관광객을 더 데려올 것인가?"가 아니라 "이미 들어온 관광객을 어떻게 영덕 사람과 마을의 소득으로 연결할 것인가?" 이미 들어온 1천만 명이 영덕에서 무엇을 하고, 누구에게 돈을 쓰고, 얼마나 오래 머물다 가는가? 이것이 지금 영덕 관광정책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영덕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오는 거창한 사업일까. 고속도로가 열렸다. 동해선 철도도 열렸다. 사람들이 영덕으로 들어오는 길은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런데 길이 좋아졌다고 지역경제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위기는 더 분명해질 수 있다. 관광객이 편하게 영덕에 들어와서 대게 한 끼 먹고, 바다 한 번 보고, 사진 몇 장 찍은 뒤 다시 포항이나 다른 도시로 빠져나간다면 영덕은 거대한 관광 통과지역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는 관광객을 데려오는 길이면서 동시에 관광객을 빠르게 빠져나가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제 영덕에는 '멈춤의 이유'가 필요하다. 멈춤의 촌캉스, 그것이 바로 로컬관광이다.
2025년 영덕 방문객은 약 1,087만 명으로 전년보다 7.7% 증가했다. 체류 시간은 2.8%, 숙박 방문자 비율은 8.2%, 관광소비는 17.5% 늘었다. 영덕군 역시 동해중부선 철도와 영덕~포항 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 개선을 관광객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앞에서 언급한 로컬관광은 영덕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관광객의 경험과 연결하는 일이다.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 어민들의 삶과 이야기, 산과 숲, 해안길, 작은 농장, 지역 음식, 공예와 문화예술까지 모두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노클링을 하러 온 관광객이 물놀이만 하고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해수욕과 스노클링 뒤에는 샤워와 장비 보관이 가능한 공간이 있고, 가까운 로컬카페에서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은 주변의 농장을 체험하고, 해변에서는 요가를 하고, 저녁에는 선셋 음악회나 시와 노래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농촌의 작은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숲길을 걸을 수도 있어야 한다. 바다 하나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끝내지 않고, 바다를 중심으로 카페·체험·농장·음식·문화·숙박 등 열 개, 스무 개의 지역경제 활동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로컬관광의 핵심이다.
영덕에는 자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각각의 자원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농촌은 농촌대로, 어촌은 어촌대로, 카페는 카페대로, 문화예술인은 문화예술인대로 존재한다. 이제 이들을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묶어야 한다. 아침에는 바다를 보고, 낮에는 로컬푸드를 먹고, 오후에는 농촌체험을 하고, 저녁에는 문화공연을 즐기고, 밤에는 영덕의 작은 숙소에서 머무는 하루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관광객 한 명의 소비가 달라진다. 한 끼 식사로 끝났던 소비가 카페와 체험장, 농장, 숙박시설, 지역상점으로 이어진다. 관광객 한 명이 지역경제에 남기는 돈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이 관광의 주체가 된다는 점이다.
어민은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농민은 농장체험을 운영하고, 청년은 카페와 레저사업을 만들고, 문화예술인은 공연과 전시를 기획하고, 마을 주민은 골목과 오래된 이야기를 관광상품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인구감소 시대의 관광이다.
행정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행정이 모든 관광시설을 직접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과 민간이 작은 관광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하고 공간과 기반시설을 지원해야 한다.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청년들이 정착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흩어져 있는 관광사업자들을 하나의 관광망으로 연결해야 한다. 영덕군이 발표한 관광소비 17.5% 증가는 중요한 신호다. 관광객은 이미 들어오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소비가 지역 안에서 더 오래, 더 넓게 순환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사람은 이미 들어오고 있다. 우리에겐 바다도 있고 숲도 있으며 농촌도 있다. 지역의 음식과 사람, 문화도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관광객은 도시와 똑같은 것을 보기 위해 영덕까지 오지 않는다. 도시에서 사라져가는 바다와 마을,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온다. 영덕만의 방식으로 승부해야 한다.
영덕의 관광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관광객을 더 많이 데려오는 경쟁에서 벗어나 들어온 사람을 멈추게 하고, 머물게 하고, 경험하게 하고, 소비하게 하고, 다시 찾아오게 해야 한다. 바다가 관광객을 데려왔다면, 이제는 영덕의 사람들이 그들을 붙잡아야 한다. 그것이 진짜 로컬관광이며, 인구감소 시대 영덕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지역경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