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 속으로 들어가 자주 만나고 인사를 건네는 군수와 주말 밤낮없이 지역 현안을 공부하는 군수가 있다면 군민은 누구를 선택할까. 전자는 친근한 군수일 수 있고 후자는 엄격한 군수일 수 있다. 그러나 군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군수라면 두 모습을 모두 갖춰야 한다.
누구나 그럴듯한 약속은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약속을 실천하려는 노력과 의지다.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이를 실행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고 있는지가 행정 책임자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지난 1년여 동안 울진을 오가며 만난 일부 주민이 가장 먼저 물은 것은 울진에 연고가 있는지였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비전보다 출신지를 먼저 확인하는 분위기는 지역사회에 여전히 강한 연고 의식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발전은 출신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울진을 향한 변함없는 진심과 꾸준한 노력, 정책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순간적인 임기응변이나 선거 때만 되풀이되는 약속으로는 군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군민의 신뢰가 쌓일 때 울진은 하나의 팀으로 발전의 출발선에 설 수 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지역사회 곳곳에는 반목과 갈등이 남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선자는 자신을 지지한 주민뿐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한 주민까지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갈등을 방치하거나 편 가르기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군민 화합을 향한 진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새로운 군정은 이전 행정을 평가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전임 군수의 흔적을 지우거나 과거의 문제를 부각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군민이 알고 싶은 것은 지난 행정의 흠이 아니라 새 군정이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다.
특히 선거 공약을 둘러싼 군민의 의견이 엇갈릴수록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공약의 현실성과 재원 마련 방안, 추진 일정, 예상되는 문제를 공개해야 한다. 침묵은 갈등을 줄이지 못한다. 오히려 불신과 오해를 키울 수 있다.
취임 한 달은 모든 행정을 완전히 파악하기에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자신이 제시한 공약의 기본 구상과 군정의 우선순위를 설명하기에는 결코 이른 시기가 아니다.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는 일도 중요하다. 군청 앞 시장과 읍내 상가를 둘러보며 경기 침체를 체감하는 일도 필요하다. 주민과의 만남이 보여주기식 일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울진군민이 원하는 군수는 친근하기만 한 군수도,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하는 군수도 아니다. 주민 곁에서 민심을 듣고 치밀하게 정책을 준비하며 약속을 실천하는 군수다. 군민의 신뢰는 인사와 말이 아니라 행동과 성과에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