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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영덕의 빛과 바람> 이호신 화백의 그림 순례(7)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07.03 10:51 수정 2026.07.03 11:03

7. 지품면 오천솔밭, 남정면 도천마을숲



오천솔밭

 

마을에 있어 숲은 '삶의 둥지'라고 여긴다. 휴식과 낭만이 어리고 사유(思惟) 의 공간이 깃든 곳이다. 이 자연 속에서 인문학을 구현해 내는 학술단체로 1992년에 창간된 <숲과 문화>가 있다. 내가 이 단체에 회원이 된 까닭은 '자연과 문화의 상생'을 꿈꾸며 살아온 탓이다. 단체의 기본이념은 생명주의/상생주의/미래주의/문화주의를 표방한다. 그리고 설립취지는 "숲과의 만남에서 우리의 생활이 비롯되었고, 우리의 문화가 시작되었다. 숲은 우리에게 양식을 주었고, 생명의 물을 주었으며, 안식처를 주었다."고 천명하고 있다.

영덕에서도 마을숲으로 대표적인 소나무숲이 지품면의 <오천솔밭>이다. '솔숲'과 '솔밭'의 개념은 조금 다른데 솔숲은 자생적인 천연림에 가깝고, 솔밭은 인위적인 조성으로 방풍림과 마을에 인접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십천(五十川)이 굽이쳐 흐르는 지품면 오천리의 강변에 조성된 솔밭은 600년의 역사로 이어진다. 영덕의 분성배씨(盆城裵氏) 입향조로 1428년경 야은(野隱) 배담(裵湛,1386~1462)이 마을을 개척했고, 그 후손들이 적송(赤松)을 심어 왔다고 한다. 현재의 소나무는 150년 내외이니 세월 속에서 갱생된 것들이다. 수형은 구불거리며 표피는 붉은 빛을 띠어 영덕군의 군목(群木)인 곰솔(해송)과는 다른 소나무다. 위치상 앞산의 벼랑과 강이 어울려 천혜의 관광지로 알려지고 있다.


솔밭은 2000년대 이후 유원지, 캠핑장으로 한여름이면 피서지로 애용되고 있다. 바다 해수욕장과 달리 물이 얕으므로 솔그늘과 함께 야영과 수영이 가능한 곳이다. 수상안전요원으로 근무 중인 남복석(68세, 영해중학교 출신)씨는 한여름 수많은 사람들이 타지에서 몰려온다고 말한다.

이 송림 속에서 바라 본 원색의 텐트와 강변 수영복의 조화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자 상생의 모습으로 돋보인다. 솔밭과 생활문화가 흔연히 조화롭다. 강물은 송이생산지로 알려진 삼화리와 삼협마을 앞뜰을 에돌아간다. 그 너머에는 국사봉이 있다. 이 원경이 예전에는 봄날 복사꽃이 만발하여 사진가들의 명소로 알려졌다고 한다. 한편 이곳에서 나는 은어는 등에 푸른빛을 띠는 담녹색이며 가슴지느러미 뒤쪽에 황금색이 선명하여 인기가 매우 높아 황금은어로 불린다.

이 영덕의 자연유산이자 관광자원을 어떻게 지속하여 더 나은 명소로서 가꾸어갈 것인가를 생각하며 붓을 든다. 솔밭과 강, 그리고 산벼랑을 한 화폭에 담기위해 하늘을 나는 솔개의 눈으로 부감(俯瞰)하며.
오래전 소나무를 사랑하는 단체 <솔바람 모임> (전영우 회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며 전국의 소나무를 찾아다녔던 추억이 새삼스럽다. 이 만남이 2회의 소나무 특별전 (<소나무야 소나무야> 금호미술관,2004년/ <누리에 솔바람> 천리포수목원, 2017년)으로 이어졌다.

안면도와 변산반도의 솔숲, 하동 송림, 영주 소수서원 입구의 솔숲. 서울 우이동 솔밭, 예천의 금당실 송림, 그리고 경주 삼릉계곡의 솔숲이 떠오른다. 따리서 이곳 영덕의 '오천솔밭'도 전국의 송림 명소로 꼽히고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화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곳 송림과 주변 경관은 여느 곳 보다 빼어나다.

 


도천마을숲

 

지난봄에 찾았던 남정면 도천리의 도천숲은 어느새 연두와 청록의 세계로 빛을 토한다. 산마을 아래로 내가 흐르고 마치 숲섬처럼 보이는 경관 주변 논에는 벼들이 자라고 있다. 2006년 '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이후 천연 기념물 제514호로 지정(2009.12.30)되었다.

도천숲은 400년 전 마을이 생길 때 조성한 숲이다. 한때는 숲의 규모가 산에서부터 하천을 따라 남쪽 국사당들까지 이어질 정도로 커서 이 '울타리' 덕에 영덕 제일의 부자마을이었으나 화재와 경작 등으로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도천이란 이름은 삼국시대 이후 역로를 따라 내가 흐르는 마을이라 하여 길내 혹은 질내로 부르다가 한자 지명인 도천(道川)이 되었다.

도천 숲을 만든 이유는 앞산의 뱀머리(사두혈) 형상이 마을을 위협하므로 이를 막기 위한 풍수적인 이유라고 한다. 숲은 거의 활엽수종으로 173주 정도가 분포하고, 나무들의 수령은 100~200년, 수고 15~20m, 가슴높이 둘레 50~388cm 정도 이다.
 

숲 안에는 대마를 땅 속 구덩이에서 삶아 옷을 만들던 "삼굿"의 흔적이 남아있는 등 마을숲의 이용에 대한 학술적 가치가 높다. 숲속 당집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제를 정월대보름에 지내는데 마을청년들이 모두 참여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을을 떠날 때는 당집에 인사를 올리고 가는 등 자연과 함께 한 선조의 의식을 보여주는 숲으로 문화, 민속적 가치가 크다.
 


숲의 전경을 살피면 산과 마을 아래로 내가 흐르는 곳에 도로를 잇는 다리 봉림교(鳳林橋, 2007년 준공)가 드러난다. 그 다리를 건너 데크길이 당집으로 이어진다. 그 중간에 좌우 길이 숲속으로 이어지고 양쪽 끝에 휴식을 위한 정자가 있다. 당집(성황당)에는 당제를 지낸 금줄에 솔잎을 꽂아 두었다. 신성한 숲과 온갖 나무의 정령들을 모신 곳이다. 비근한 예로 원주시 신림면의 성황림 입구의 당집이 떠오른다. 그곳에 갈 때마다 화첩을 열었던 기억이 되살아남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 상생을 기원하고 또 숲의 은혜를 기리는 일이였다.

도천숲에는 수종을 알기 쉽게 명찰을 달아 놓았다. 그 중에 눈에 보이는 대로 적어본다. 감나무, 쉬나무, 배롱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소태나무, 시무나무, 뽕나무, 말채나무, 고욤나무, 고추나무, 가죽나무, 벚나무, 뽕나무, 보리수나무, 매화나무, 박쥐나무, 고로쇠나무 등... 세월 속에 고사(枯死)한 나무도 여럿 눈에 뛴다. 몸통이 썩고 분해되어 숲으로 돌아가니 또 다른 나무의 거름이 된다. 이 순환의 질서와 순리를 인간은 배워야하리.
 

영덕의 대표적인 도천숲은 이제 마을을 위한 숲을 넘어 자연관광자원으로 활성화 되어야한다, 인구 소멸로 인해 더욱 외부의 관심과 생태기행 코스로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현재의 방갈로가 숙박만이 아닌 다양한 숲 체험으로 활기 있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자연유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토기행을 통해 느낀바 졸저 『숲을 그리는 마음』(학고재,1998)을 출간하고 같은 명제로 전시회(1998,학고재 화랑)를 열었었다. 숲속에는 온갖 생명체 들이 살고 있고, 나무와 꽃들은 저마다의 형태와 잎을 지닌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이다. 해서 오늘은 물론 누대로 지켜져야 할 자연유산이요, 미래의 자원이다.
 

나무와 숲을 볼 때 마다 쇠귀 신영복(申榮福, 1941~2016)선생의 글 <더불어 숲>이 떠오른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우리도 나무처럼 서로의 마음을 모아 숲을 보존하고 존중하며 가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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