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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초록에 덖는 걸음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07.03 10:47 수정 2026.07.03 10:50

이 영 숙 칼럼위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 할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 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나랫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나태주님 시) 가 담아 주는 의미를 널리 나누고 싶은 7월이다.
 

어쩌다 기다리던 차를 놓쳤을 때 살살 걸어가지 뭐 하고 시작한 걸음으로 뜻밖의 흐뭇한 시간을 얻게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시의 한 구절처럼 해거름 깔리는 길이면 더욱 귀한 자기 발견의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7월, 시대 전환이 필요한 민선 9기가 시작되었다. 어느 지역 없이 실용성을 추구하는 흐름 따라 민원의 의견에 귀 기울여 그 정신을 반영하는 시대로 이제는 걸어가야 한다. 어느 세대 없이 영원히 머무르며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자기 것이라고 절대적으로 고수할 수 없으므로 다음 세대의 변화를 올바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현재를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다음 세대가 앞선 세대를 비판하는 것은 역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민주화 세대 역시 앞선 산업화 세대를 비판하면서 성장했다. 그 비판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심각하게 어긋나지 않고 민주주의가 허물어지지 않고 조바심 나게 이어지고 있다. 다만 과격한 정신세계를 고집하는 급진적 혁신의 왜곡된 방향은 의견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또한 민원인 것이다.
 

민선 9기를 설계하는 인선위원회 준비 과정이 얼마나 철저하고 심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구성원들 몇몇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했다. 여러 여건이 열악한 변방 지역이라 인적 자원이 풍족하지 않지만, 민원들과 접촉이 원만하고 평소 사회생활의 성찰 수준이 모범적이고 가치 있어야 한다.

 

사회 각층의 민원을 올바르게 대변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 특성을 바르게 파악하여 사회과학의 구조와 원리를 분석하는 능력과 자기 혁신에 투철한 철학이 있고 확실해야 한다. 

 

지도자마다 사회통합을 내세우면서 제도 개혁을 시도했지만 결국은 자기 성역(成域)을 만들었기에 민심을 이끌어 가기가 순탄하지 않았고 울퉁불퉁하지 않았을까. 민주주의는 부단한 자기 혁신을 요구하는 가치이자 제도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제도와 문화를 융합하여 그 지역과 시대의 특성을 살리도록 민주화해야 할 것이다.

 

세종대왕 시절의 집현전은 단순히 학문만 연구하거나 학자들의 등용문이지만 않았다. 학문과 선조들의 업적들을 탐구하고 올바르게 활용하여 백성들을 위하는 정책을 임금에게 권하는 곳이었다. 바르고 도리에 맞는 길을 착안하고 창조하는 곳이었다. 집현전 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 탐구, 개혁들이 성왕(聖王)을 만들었다. 그 위대한 업적이 세계적인 문화 유산도 창조한 것이다.
 

'걷고 싶지 않는 길을 걸어가게 하는 인적 자원'이 이제는 꼭 필요하다. 내가 걷기 편한 길로만 인도하는 인적 자원은 위험하다. 의견이 단순한 길로만 인도하는 인적 자원은 거의 이익집단이기 쉽다. 수박을 잘 골라야 하는 이유가 지도자의 커다란 숙제이기도 하다.
 

새로운 성장 전략, 질 높은 사회통합, '각자도생'을 극복하는 공동체적 유대와 문화 향유가 민선 9기의 핵심 주제가 되어 반듯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AI 시대에 인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사회 수요에 기반한 균형 있는 인적 자원 배치, 안정적 지원과 충분한 예우로 인재 유출 방지, 전략적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자리만 탐하는 자들의 성역(城役)이 아니라 민원이 원하는 민주 문화적 성곽(城廓)을 야무지게 쌓아 나갈 걸음이 7월 하늘을 우러러보며 초록을 정성껏 덖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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