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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원전 부지로 선정된 영덕에서 벌써부터 '원전 연금'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부푼 기대보다 원전 효과를 영덕 안에 붙잡아 둘 100년 미래 설계다.
영덕 지역사회에 따르면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이후 일부에서 전남 지역 사례를 들며 원전 관련 수익을 군민에게 직접 배분하는, 이른바 원전 연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원전 유치가 지역경제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현금성 혜택을 앞세우는 방식은 군민에게 과도한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영덕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원전 부지 선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보상, 인허가, 기반 시설 조성, 건설, 운영까지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지역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수혜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조급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고 실망은 행정과 사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전 유치의 핵심은 단순한 재정 수입 확대가 아니다.
영덕의 산업기반을 어떻게 새로 짤 것인지, 늘어날 인구를 어디에 머물게 할 것인지, 교육과 의료, 주거, 교통, 문화 여건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원전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생기는 일자리와 소비, 기업 활동이 영덕에 남도록 하는 정책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특히 영덕은 포항과 가까운 지리적 조건을 갖고 있다. 포항은 영덕보다 생활 인프라와 산업기반이 크다.
원전은 영덕에 들어서지만 근로자 주거, 소비, 교육, 의료 수요가 인근 도시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준비가 부족하면 영덕은 부지 제공 지역이 되고, 실질적 경제 효과는 인근 도시가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군정이 집중해야 할 일은 원전 연금 논의가 아니다. 원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정과 산업 효과를 영덕 발전계획 안에 묶어두는 제도와 사업을 설계하는 일이다. 배후 주거단지, 지역 업체 참여 확대, 전문 인력 양성, 협력기업 유치, 생활 인프라 개선, 청년 정착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원전 유치가 일회성 개발 사업이 아니라 지역 재건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군민에게 필요한 것은 허황된 약속이 아니다.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재원이 들어오고, 그 재원이 어디에 쓰일지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다. 직접 지원을 논의하더라도 산업기반과 정주 여건, 지역경제 순환 구조를 먼저 세운 뒤에 해야 한다. 순서가 바뀌면 기대는 커지지만 성과는 작아질 수 있다.
영덕의 원전 유치는 미래 100년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기회다. 그러나 기회는 설계 없이 성과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원전 연금이라는 달콤한 구호보다 영덕에 사람이 살고, 기업이 들어오고, 돈이 지역 안에서 도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그 초석을 세운 뒤에야 군민에게 돌아갈 몫을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