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오피니언
사설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없다고요?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도 이런 일은 없다."
제9회 통합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어떠한 교훈을 얻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가 투표하는 것이다. 그런데 '투표용지'가 모자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한 국민들의 분노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국가 시스템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늘 이렇게 해왔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관행 중심의 무모한 계획으로.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히 선관위를 비판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우리의 주변을 더 탄탄하게 만드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중앙선관위에도 감독자가 있고 감사 부서도 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것은 기강(紀綱)이 해이해졌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선관위 업무 자체가 특별히 난이도가 높은 업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치열한 대립·경쟁 속에서 진행되는 선거를 관리하는 일은 조금이라도 투명하거나 공정하지 못하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선거관리에 대한 부정적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이어 내부 직원 자녀들의 채용 비리와 소쿠리 선거관리 등으로 비난과 불신이 누적돼 왔음을 감안한다면, 더욱 빈틈없는 관리로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흐트러진 내부 기강과 선거 문화가 신뢰 회복은커녕 더 큰 사고를 만들고 만 것이다.
또한 이번 6·3 지방선거의 무투표 당선은 총 511명으로 전체 선출 정수(4천227명)의 약 12%에 달하고 있다. 지역 독점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자동으로 당선되기 때문에 선거가 정당 간 경쟁이 아닌 당내 공천 경쟁으로 바뀐 탓이다. 또한 지역 독점 지배 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곧 당선이라는 지역 갈등의 관행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내 공천 경쟁은 당원 모집 경쟁이 되고 이미 공천을 받은 후보자는 당선된 거나 다름없기에 본 선거에 관심도 없다. 지방선거라고 해도 지역의 정책을 논의할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은 지금까지 보수가 아닌 후보자는 당선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군의원 선거의 그 전례를 깨고 보수 진영(국민의힘)의 후보자가 낙선을 하고 진보 진영(더불어민주당)의 후보자들이 선전을 했다.
이는 여러 가지의 교훈을 남겼다. 이상의 사례에서 보듯이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된 선관위의 신뢰 상실, 무투표 당선, 정책 경쟁 등의 일들이 개선되지 않고 심화되고 있는 것은 권력의 독점이 장기화되면서 그 폐해(弊害)가 고질화된 데 따른 것임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따끔한 사랑의 매를 드는 것이 진정으로 나라와 지역 기반 정당을 사랑하는 길임을 깨닫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