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민이 이번 선거에서 선택한 에너지연금 공약은 어려운 민생경제에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한정된 재정 속에서 미래 투자 재원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라는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화두는 미래를 위한 투자냐, 지금 당장의 이익이냐였다. 울진군민은 지역경제의 장기 성장보다 현재의 생활고를 덜어주는 선택에 무게를 실었다. 월 10만원은 크다면 큰돈이고, 작다면 작은돈이다.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지역 상권에 돈이 돌고 소비 흐름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재원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연간 120만원 지급 공약이 현실화되면 약 55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돈이 투자 성격의 사업이 아니라 단순 소비 지원에 쓰일 경우 재정 운용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정된 재정에서 특정 현금성 지원이 최우선 순위로 배정되면 다른 분야의 예산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재정은 선택의 문제다. 모든 복지 예산을 유지하면 사업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 사업 예산을 그대로 두면 기존 복지 예산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에너지연금이 민생경제의 숨통을 틔울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출 규모는 커질 가능성이 있으며 물가와 환율 변동, 행정비용 증가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울진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거론돼 온 수소산단 유치도 현재 여건에서 쉬운 과제는 아니다. 대규모 산업 기반을 조성하려면 장기 투자와 재정 여력이 필요하다. 당장의 현금성 지원에 재정이 집중될 경우 미래 100년을 준비할 핵심 사업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황 당선인은 이제 군민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에너지연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할 것인지, 기존 복지와 주요 사업 예산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군민에게 약속한 복지를 지키면서 미래 투자도 유지하겠다면 그에 맞는 재정 설계가 먼저 나와야 한다.
조삼모사식 예산 배정으로 눈앞의 만족만 얻고 미래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울진의 장기 성장 기반은 흔들릴 수 있다. 에너지연금은 선거의 승부를 가른 공약이었지만, 이제는 군정 운영의 책임으로 돌아왔다. 울진군민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지급 약속이 아니다. 현재의 민생과 미래 100년을 함께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이고 투명한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