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영덕군수 공천을 둘러싼 금권선거 의혹과 재심 요구가 법적 공방으로 번지면서,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판단 지연이 지역 민심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영덕군수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한 김광열 예비후보 측은 지난 4월 24일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이의신청을 내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김 예비후보 측은 조주홍 후보 측과 관련한 ‘금권부정경선’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혹의 핵심은 지난 4월 지역 주민 약 80명이 참여한 행사다. 김 예비후보 측은 조 후보의 직계 가족이 여행경비와 식사, 보험료 등을 제공했고, 이 과정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김 예비후보 측은 진술서, 사실확인서, 채팅방 캡처 등도 근거 자료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 후보 측은 해당 행사가 재단의 정기 문화탐방 성격이었다는 취지로 반박했고, 김 예비후보 측의 주장을 “경선 불복에 따른 흑색선전”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도 밝혔다. 아직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최종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의혹의 유무만이 아니다. 공천권이 사실상 본선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지역에서 당내 경선은 곧 주민 대표를 정하는 핵심 절차다. 그런 경선에 금품 제공, 대리투표, 조직적 동원 의혹이 제기됐다면 당은 침묵할 수 없다. 사실이 아니라면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공천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정치는 법률에 기반을 둬야 한다. 당의 자의적 판단이 법과 절차를 앞설 수 없다. 피의자나 의혹 당사자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다. 그러나 증거와 진술이 제출됐다면 공당은 그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재심 절차를 끌수록 의혹은 줄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에서는 “공천이 돈으로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냉소가 번진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재심 신청 접수 여부와 심사 일정을 공개해야 한다. 둘째, 제출된 증거의 핵심 쟁점을 확인해야 한다. 셋째, 조 후보 측 반론도 같은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 넷째, 선거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절차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선거가 가까울수록 판단은 더 빨라야 하고,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한다.
영덕 주민은 특정 정당의 지지 기반이기 전에 주권자다. 정당 공천은 당의 내부 행정이지만, 그 결과는 지방권력의 구성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이 “국민을 섬기는 정당”을 말하려면 이번 사안을 당내 갈등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법과 증거에 근거한 공개적 판단으로 답해야 한다.
침묵과 시간 끌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혹을 제기한 쪽에도, 의혹을 부인하는 쪽에도, 공천을 결정한 당에도 상처만 남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지금 보여줘야 할 것은 정치적 계산이 아니다. 절차적 정의다. 영덕군수 공천 논란의 결론은 늦어질수록 더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