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핵심 지지 기반인 경북에서 공천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며 공천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경북 영덕과 예천에서는 각각 금권·향응 선거 의혹과 조직적 여론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사안은 공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이어졌다. 사태를 수습해야 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영덕군수 경선 과정은 이미 정치적 공방을 넘어 사법 판단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김광열 예비후보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는 주민 식사 대접, 여행 경비 제공, 언론인 금품 전달 의혹 등을 뒷받침하는 녹취록과 사실확인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덕군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범죄 신고 포상금 안내 현수막을 내걸 정도로 지역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금권·향응 선거 의혹은 단순한 경선 잡음을 넘어 지역 정치의 신뢰를 훼손하는 문제다. 유권자의 선택으로 민의를 확인해야 할 경선이 특정 세력의 이해에 따라 왜곡됐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천 결과의 정당성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예천에서도 조직적 여론 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경선은 후보 경쟁력과 지역 민심을 확인하는 절차다. 이 과정이 불투명하게 운영됐거나 여론이 인위적으로 조작됐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본선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공관위의 태도다. 공관위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취지의 원론적 입장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공천은 법원의 판결만으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정당은 사법 판단 이전에 정치적 책임과 도덕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 공천권은 정당 내부의 권한이지만, 그 권한은 유권자와의 약속을 전제로 한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혹은 커진다. 당이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지역에서는 각종 해석이 나온다. 지지층 내부의 균열도 깊어지고 있다. 공천 갈등이 본선까지 이어질 경우 보수 진영의 결집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중앙당과 공관위는 더 이상 사법부 판단 뒤에 숨을 수 없다.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신속히 확인하고, 문제가 확인될 경우 공천 재검토를 포함한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 공천은 승리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민심을 받드는 절차여야 한다.
영덕과 예천의 공천 논란은 특정 지역의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공천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스스로 입증할 수 있는지 묻는 시험대다. 시간이 해결할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는 경북 보수 민심을 더 깊은 불신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