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보도는 책상 위 자료가 아니라 현장 확인과 당사자 검증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6년 5월 6일 본 기자가 경북 울진군 토석채취업체 A업체와 관계 기관을 취재한 결과, 지난 4월 29일 일부 언론이 보도한 내용과 다른 정황이 상당수 확인됐다. 해당 보도 이후 A업체는 영업상 타격을 호소하고 있다. 보도 전 사실관계 확인이 충분했는지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모 언론은 A업체의 토석채취허가에 채취 대상 암종이 화강암으로 기재돼 있으나,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지전용통합정보시스템 ‘다드림’에 공개된 1:5,000 산림입지토양도상 해당 구역의 토성이 사양토로 분류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허가 내용과 현장 상태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읽힐 여지를 남겼다.
본 기자는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현장 취재에 나섰다. 경북 울진군 해당 채취구역을 직접 확인한 결과, 현장의 암종은 화강암으로 판단됐다. A업체가 제시한 토석채취허가 관련 서류와 품질검사 자료도 확인했다.
특히 재단법인 한국골재산업연구원의 품질검사서에는 골재 품질이 적합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A업체는 본 기자의 취재 요청에 그동안의 품질검사서와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비공개 자료라는 이유로 확인을 거부한 정황은 없었다. 한 차례라도 현장을 찾고 관련 서류를 대조했다면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본 기자는 울진군청과 A업체를 오가며 보도 내용의 사실관계를 교차 확인했다. 그 결과 해당 언론이 보도 전 군청과 업체를 상대로 이 사안에 대해 충분히 취재했다는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상대가 있는 기사라면 행정기관 확인과 업체 반론 청취는 기본 절차다. 이 절차가 빠졌다면 보도의 공익성보다 피해 가능성이 먼저 드러날 수밖에 없다.
A업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계속된 민원 제기로 감사와 현장 점검을 여러 차례 받았고, 그때마다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았다”며 “반복되는 문제 제기와 보도로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그 배경에 여러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의혹에 관한 부분은 객관적 사실관계 확인이 쉽지 않아 기사에 담지 않는다.
인근 주민 취재 과정에서도 업체 측 주장과 관련한 일부 정황은 확인됐다. 그러나 최종 판단은 확인된 사실과 독자의 몫이다.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의혹 제기는 공익을 위한 감시의 수단일 수 있지만, 그 과정이 부실하면 또 다른 피해를 낳는다.
언론은 위법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공익을 위한 감시와 비판은 기자의 책무다. 다만 그 출발점은 사실이어야 한다. 법적 절차에 따라 사업을 이어가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위법한 사업체처럼 비치게 하는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영업 피해가 예상되는 보도라면 현장 확인, 서류 검토, 관계 기관 확인, 당사자 반론 청취를 거쳐야 한다.
잘못된 기사 한 줄은 칼보다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을 뜻한다. 기자가 누군가를 불법의 당사자로 지목하려 한다면 그만큼 더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확인 없는 의혹 제기는 독자의 신뢰를 잃고 언론의 공적 기능도 훼손한다.
이번 사안은 언론 보도의 기본을 다시 묻고 있다. 기자는 책상에 앉아 자료만 짜깁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현장을 보고, 당사자를 만나고, 서류를 대조하고, 반론을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기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