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영덕군수 공천을 둘러싼 금권·향응 의혹이 선거의 공정성을 흔들며, ‘선당후사’의 책임을 개인이 아닌 정당에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덕군에서는 국민의힘 군수 공천 과정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안은 단순한 소문에 그치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지역사회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까지 지켜보는 상황에 놓였다.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으로서 법과 원칙을 앞세워왔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당의 존폐나 선거 유불리가 아니라 공천 과정의 진실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다.
영덕군은 국민의힘 공천을 받으면 본선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지역이다. 이런 정치 지형에서는 공천 과정 자체가 사실상 본선에 가까운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 경선과 공천은 더 투명해야 한다. 후보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됐는지, 당원과 주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금품이나 향응이 개입될 여지는 없었는지 철저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공천을 둘러싼 논란은 지역 민심에 깊은 불신을 남겼다. 일부 주민 사이에서는 “돈만 있으면 공천을 살 수 있고, 당선되면 그 돈의 몇 배를 회수할 수 있다”는 냉소까지 나온다. 이 말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선거가 주민의 선택이 아니라 정치 자금의 거래처럼 인식되는 순간, 지방자치는 뿌리부터 흔들린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법질서와 책임이다. 공정한 경쟁, 절차의 투명성, 공동체의 신뢰도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다. 국민의힘이 이를 스스로 훼손한다면, 문제는 특정 후보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 정당의 정통성과 지역 정치 전체의 신뢰가 함께 무너진다.
정당은 공천권을 행사하는 주체다. 공천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졌다면 당은 수사 결과만 기다리는 태도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공천 심사 자료와 경선 절차를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해야 한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공천 취소와 관련자 징계 등 분명한 조치도 따라야 한다.
주권을 돈 몇 푼에 넘기는 유권자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책임은 돈으로 주권을 사려는 정치인과 이를 걸러내지 못한 정당에 있다. 주민의 선택을 왜곡하는 정치인이 공천장을 들고 본선에 나서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선거는 늘 같은 불신만 남길 것이다.
‘선당후사’는 개인에게만 요구할 구호가 아니다. 당이 먼저 사사로운 이해를 버려야 한다. 국민의힘이 영덕군수 공천 의혹 앞에서 지켜야 할 것은 후보 한 명의 정치적 생명이 아니다. 법과 원칙, 그리고 주민이 선거를 통해 위임한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