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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돈으로 산 민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박문희 기자 입력 2026.04.29 15:52 수정 2026.04.29 17:23

영덕군수 공천 금품·향응 의혹이 남긴 질문유권자의 침묵도, 후보자의 계산도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질수록, 선거는 민심을 얻는 과정이 아니라 민심을 사는 거래로 전락한다.

우리는 돈의 힘을 자주 본다. 돈은 편의를 사고, 시간을 줄이고, 때로는 사람의 태도까지 바꾼다. 그래서 누군가는 돈이면 못 할 일이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다. 건강, 진심, 신뢰, 오래된 인간관계가 그렇다. 일시적으로 꾸밀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

유명인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많은 부와 명예를 가졌어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반대로 가진 것은 넉넉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100세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삶은 돈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돈은 필요하다. 그러나 돈이 삶의 기준이 되는 순간, 사람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잃기 시작한다.

이번 영덕군수 공천을 둘러싼 금품·향응 제공 의혹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돈으로 민심을 살 수 있다고 믿는 정치가 아직 남아 있는가. 유권자는 잠시 웃으며 받을 수 있다. 후보자는 순간의 지지를 얻었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돈으로 산 민심은 결국 그 돈 때문에 돌아선다. 거래로 맺어진 관계는 신뢰가 아니라 부담으로 남는다.

의혹의 내용처럼 80여 명의 군민이 금품·향응 제공에 연루된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선거법 위반은 후보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받은 사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우에 따라 제공받은 금품 가액의 최대 50배에 이르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대다수가 고령층 어르신이라면 그 부담은 더 무겁다. 잠시 받은 작은 물품이나 식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돈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소로 받은 돈이 악마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그 순간에는 정으로 보이고, 관행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불법 선거의 대가는 냉정하다. 받은 사람은 뒤늦게 후회하고, 지역사회는 갈라진다. 후보자는 민심을 얻었다고 믿지만, 결국 지역의 신뢰를 허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다. 특히 군수 선거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행정을 맡길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다. 복지, 농어업, 일자리, 관광, 지역경제가 모두 그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런 선거가 금품과 향응으로 얼룩진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에게 돌아간다. 돈을 뿌린 후보가 당선되면 군정도 거래의 논리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번 일은 영덕군민 모두에게 경고가 돼야 한다. 금품이나 향응을 받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이미 그런 제안을 받았다면 침묵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불법 선거의 신고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체면보다 민주주의의 원칙이 먼저다. 쉬쉬하며 넘기는 순간 같은 일은 반복된다.

후보들도 달라져야 한다. 표를 사려는 마음으로 선거에 나서는 순간 자격은 이미 흔들린다. 진정한 지지는 돈으로 오지 않는다. 군민의 삶을 이해하고, 현장을 걷고, 정책으로 설득할 때 생긴다. 주민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지갑이 아니라 발로 뛰어야 한다.

돈은 선거를 잠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미래를 지탱하지는 못한다. 민심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엄정한 조사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군민 스스로의 자각이다. 돈으로 흔들리지 않는 유권자가 있을 때, 돈으로 표를 사려는 후보도 설 자리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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