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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기자수첩] 영덕 원전 유치, 순풍만 기대할 수 없다

박문희 기자 입력 2026.04.29 15:50 수정 2026.04.30 10:55

주민 수용성 앞서도 부지·비용 변수는 남아선거 공백 속 행정 설명과 주민 결집이 성패 가른다산불 피해 이후 새 성장 동력 확보할 현실적 전략 필요

↑↑ 박문희기자/
영덕군의 신규 원전 유치전은 기대만으로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서 있다.

영덕군은 신규 원전 후보 부지 유치에 뛰어들었다. 군은 주민 수용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실제로 지역 내 찬성 여론은 높게 나타났다. 현 정부도 원전 입지 선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이 점만 놓고 보면 영덕은 경쟁 지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듯 보인다.

그러나 원전 유치는 여론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부는 주민 수용성과 함께 효율성도 중시한다. 여기서 영덕의 고민이 시작된다. 울주군은 이미 한국수력원자력 부지를 보유한 지역이다. 반면 영덕은 추가 부지 매입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공사비와 행정 절차, 사업 속도만 놓고 보면 영덕이 불리할 수 있다.

주민 수용성도 고정된 자산이 아니다. 찬성 여론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 원전 유치에 따른 기대가 커질수록 안전성, 보상, 지역경제 효과를 둘러싼 의문도 함께 커진다. 반대 여론이 조직화되거나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면 분위기는 급변할 수 있다. 지금의 찬성률만 믿고 지켜보는 태도는 위험하다.

영덕이 원전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초대형 산불 피해 이후 복구와 보상, 지원 과정에서 군 재정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역경제의 활력도 예전 같지 않다.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은 단순한 발전시설이 아니다. 지역 재도약을 위한 거의 유일한 대형 성장 동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추진 동력이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군정의 중심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장의 공백 또는 정치적 과도기 속에서 행정은 절차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주민이 체감하는 유치 열기는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원전 유치전이 선거 이슈에 가려져 지역 전체의 공동 과제로 자리 잡지 못하는 점은 뼈아프다.

행정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한수원 제출 서류나 평가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 유치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경쟁 지역과 비교해 영덕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군민에게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민 설명회, 분야별 간담회, 공개 질의응답을 통해 군민을 유치 전략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

원전 유치는 찬성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반대 목소리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안전성 우려, 재산권 문제, 환경 영향, 지역 내 갈등 가능성은 반드시 설명하고 관리해야 한다. 설득 없는 추진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보 공개 없는 찬성 여론은 작은 불신에도 무너질 수 있다.

영덕은 이미 중요한 출발선에 섰다. 주민 수용성이라는 강점은 분명하다. 과거 천지원전 추진 경험도 자산이다. 그러나 부지 매입, 비용 효율성, 선거 공백, 여론 변동성은 결코 가볍지 않은 변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다. 냉정한 전략과 빠른 실행이다. 행정은 과정을 숨김없이 알리고, 군민은 지역의 미래를 두고 책임 있게 판단해야 한다. 원전 유치가 영덕의 새 출발점이 되려면 군민적 결집과 정교한 대응이 함께 가야 한다. 순풍을 기다릴 때가 아니다. 바람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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