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영덕 구간에서 잇따른 다중 추돌사고는 ‘블랙아이스’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다시 보여줬다. 노면 위에 얇게 형성된 투명한 얼음은 육안으로 구분이 어렵다. 운전자는 젖은 길로 착각하고 속도를 유지한다. 그 순간 제동과 조향이 동시에 무력해진다. 이게 블랙아이스의 공포다.
블랙아이스는 대체로 낮에 녹은 수분이 밤사이 기온 하강으로 다시 얼면서 만들어진다. 눈이 없어도 형성된다. 특히 교량·고가도로처럼 지면에서 떨어진 구조물은 바람 영향으로 더 빨리 얼어붙는다. 산지 고속도로의 그늘진 커브, 절개지, 터널 출입구도 ‘결빙 함정’이 되기 쉽다. 노면이 유난히 검게 젖어 보이는데 차가 미끄러운 느낌이 들거나, 타이어가 노면을 긁는 소음이 줄어들면 결빙을 의심해야 한다.
겨울철 고속도로에서는 ‘감속·거리·급조작 금지’가 핵심이다. 속도는 평소보다 충분히 낮추고, 앞차와의 간격을 대폭 늘려야 한다. 얼음 위 제동거리는 마른 노면보다 급격히 길어진다. 영국 국가도로기관은 빙판에서 정지거리가 평소보다 최대 10배까지 늘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운전 조작은 ‘부드럽게’가 원칙이다. 급가속, 급제동, 급차로 변경은 미끄러짐을 부른다. 커브에서는 진입 전에 직선 구간에서 미리 속도를 줄이고, 조향은 천천히 해야 한다. 도로교통공단도 블랙아이스 구간에서 감속과 충분한 차간거리, 급조작 자제를 강조한다.
이미 블랙아이스를 밟아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면 ‘브레이크부터’가 답이 아니다. 우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핸들은 큰 동작을 피한 채 차가 가려는 방향으로 부드럽게 맞춘다. 급제동은 스핀을 키운다. ABS가 장착된 차는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은 채 조향으로 회피하는 방식이 기본이지만, 어떤 경우든 갑작스러운 조작은 금물이다.
출발 전 준비도 사고를 갈라놓는다. 기상예보와 도로 통제를 확인하고, 타이어 마모·공기압을 점검해야 한다. 성에 제거와 전조등 점검, 워셔액·배터리 상태 확인도 필수다. 국외 교통안전기관들도 겨울철 차량 점검과 시야 확보를 기본 수칙으로 제시한다.
다만 운전자 주의만으로 모든 위험을 막긴 어렵다. 결빙 취약구간에 대한 예비살포와 순찰 강화, 가변속도 안내, 위험구간 표지 고도화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상주-영덕 사고를 계기로 제설·예방살포 절차와 관리 공백을 촘촘히 점검하고, 사고 다발 지점은 구조 개선까지 포함해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 ‘보이지 않는 얼음’에 맞서는 싸움은 결국 도로와 운전자 모두의 준비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