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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산불 피해 주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집회는 오후 2시부터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 국회대로에서 진행됐으며, 집회에 앞서 오후 1시에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국회대로 일부 구간은 행사 동안 차량이 통제되었다. 집회에는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5개 지역에서 총 30여 대의 버스가 서울로 향했고, 이 중 325영덕산불대책위원회는 200여 명이 7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참석했다.
영덕에서 구성된 '325희망풍물단'의 길놀이와 사전 행사는 집회 분위기를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행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피해 주민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한목소리로 "특별법 제정"을 외쳤다. 현장에는 국회 산불특별위원회 김정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을)을 비롯한 특위 의원들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줄지어 행사장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함께 참석한 산불특위 의원은 임미애(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김형동(국민의힘, 안동·예천), 임종득(국민의힘, 영주시·영양군·봉화군), 이만희(국민의힘, 영천·청도), 차규근(조국혁신당, 비례대표)의원 등이다. 또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구을), 박형수(국민의힘, 의성군·청송군·영덕군·울진군)의원 등 총 8명이 현장을 찾아 함께했다. 이 과정에서 민중가수의 재능기부 공연이 취소되고 행사 진행 순서가 바뀌는 해프닝도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정치인의 등장으로 행사의 취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다.
국회의원들은 "피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최선의 방안을 담은 특별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장 반응은 싸늘했다. 주민들의 불만은 특히 지역 정치인의 부재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안동시·도의원들이 현장을 찾아 피해 주민들에게 인사를 전한 반면, 영덕군 의원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영덕 지역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정작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참담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단에 오른 김진덕 325영덕산불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산불 피해 보상과 지원에서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법률이 촘촘히 마련되어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어 최인엽 공동위원장 겸 집행위원장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왜 주민들이 국회까지 올라와 읍소해야 하는가. 국회 산불특위 의원들이 직접 피해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법안에 반영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현장에서 낭독된 성명서는 주민들의 분노와 절박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2025년 3월, 우리는 소중한 집과 일터를 화마에 잃고 거리로 나앉았다. 2025년 7월, 단 하나의 바람, '예전처럼 살아가는 것'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시작된 성명서는 지휘 책임 부재, 무능한 초기 대응, 형식적인 매뉴얼 운용 등 당시의 총체적 부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산불 당시 산림청장, 소방청장, 도지사, 군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누구도 현장을 통제하지 못했고, 현장 방문은 '의전'에 치우쳐 있었다. "불 끄던 사람들이 우르르 의전하느라 바빴다"는 대목은 주민들이 느꼈던 절망의 깊이를 드러냈다. 단전으로 인해 피해를 키운 한국전력의 책임, 부적절한 임시주택 배정 등 산불 이후의 대응에서도 국민의 생존권은 보호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피해 주민들은 성명서를 통해 ▲산불재난특별법의 조속한 제정과 즉각적인 배상 시행, ▲산불청문회 실시 및 지휘 책임자 처벌, ▲재건사업 시 피해 주민 면담 및 의견 반영, ▲초당적 협력을 통한 특별법 통과 등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우리의 생존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더 이상의 침묵은 국가 책무의 방기이며, 무대응은 국민에 대한 폭력"이라는 문장은 이날 집회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대변했다.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는 이날을 시작으로 구호와 배상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끝까지 연대하며 싸워나갈 것을 천명했다.
대책위는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위한 책임 기관이라면 이제 행동으로 응답하라"며, 즉각적인 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성명서
산불재난 특별법(을) 제정하라
산불재난 청문회(를) 실시하라
피해주민 생존권(을) 보장하라
2025년 3월, 소중한 집과 일터는 화마가 삼키고 우리는 길거리로 나앉았습니다
2025년 7월, 산불피해 주민들은 산불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오래도록 익숙한 집과 정든 마을에서 살아가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던 삶터에서 삽과 호미를 들고 일하고 싶습니다
산불청문회를 실시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산불진화에 대한 지휘책임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산불현장에 콘트롤타워가 방문하면 의전이 최우선이었습니다
불끄던 사람들이 우르르 의전 하느라 바빴습니다
군수/도지사/산림청장/소방청장/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단전으로 인명피해를 더 키운 한국전력의 책임도 물어야 합니다
산림의 관리에 대한 책임은 산림청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민가보호와 인명구조에 실패한 책임은 소방방제청에 물어야 합니다
그토록 수많은 사회적 참사를 겪으면서도 재난대응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재난 이후의 구호메뉴얼은 있는지 몰라도 재난예방 메뉴얼은 없는것 같습니다
현장확인절차의 미흡으로 인해 일부지역에서는 부적절하게 임시주택이 지급되었습니다
이는 또다른 상처이며 복구의 정체성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에 대한 철저한 개선을 촉구합니다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국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지체없이 산불재난특별법을 제정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회복이 최우선 과제여야 함에도 정쟁에 갖혀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최우선에 두어 즉각 특별법 제정에 착수해야 합니다
더 이상의 침묵은 국가책무의 방기이며, 무대응은 국민에 대한 폭력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위한 책임 기관이라면, 즉시 행동으로 답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조속한 특별법 제정으로 즉각적인 배상을 시행하라.
하나. 산불청문회를 실시하여 책임을 명백히 규명하고 지휘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하라.
하나. 지역 재건사업 진행시 피해 주민들과 직접 면담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라.
하나.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 협력으로 특별법을 통과하라.
우리 경북 5개지역 산불피해주민 공동대책위원회는 구호와 배상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끝까지 연대하여 투쟁할것을 천명한다
2025년 07월 01일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