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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선원 수기안토, 어촌계장 유명신 님 |
[고향신문=박문희기자] 영덕군 경정3리에 25일 밤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순식간에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조차 없이 들이 닥쳤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긴급 상황 속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움직인 사람들이 있었다. 김필경 이장, 유명신 어촌계장, 그리고 인도네시아 선원 수기안토 씨가 그 주인공이다.
세 사람은 마을 곳곳을 뛰어다니며 깊은 밤 잠들어 있던 주민들을 깨우고 신속한 대피를 유도했다. 마을 전체가 화마에 휩싸이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이들의 신속한 판단과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경정3리 주민들은 모두 방파제로 대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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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민들이 피신한 방파제는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고립된 장소였다. 육지와 단절된 상황에서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울진해양경찰서 구조대와 해양재난구조대 부대장 전대헌 씨가 보트를 타고 나타났다. 육지에서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해경은 신속하게 보트 진입을 결정했고, 민간 구조대인 전대헌 부대장도 자신의 보트를 이용해 구조에 합류했다.
구조 작전은 일사분란하게 진행됐다. 화염이 마을을 뒤덮은 상황에서도 해경 구조대는 방파제에 고립된 주민들을 배를 탈 수 있는 지역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좁은 부두로 인해 모든 주민을 한꺼번에 태울 수는 없었다. 이에 따라 해경의 보트와 전대헌 부대장의 보트는 이재민을 바다에서 대기 중이던 낚시 어선 삼선호로 옮겼다. 이 삼선호는 축산에서 낚시배를 운영하는 심재욱 선장이 긴급 투입한 배였다.
민관 협력과 꾸준한 훈련이 만들어낸 기적
이번 구조 작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꾸준히 대비해온 결과였다. 울진해양경찰과 해양재난구조대는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이러한 긴급 상황에 대비해 왔고, 덕분에 위기 순간에서도 신속하고 질서 있는 대응이 가능했다.
민간과 공공 구조 기관이 힘을 합친 이번 사례는 재난 대응에서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김필경 이장과 유명신 어촌계장, 그리고 인도네시아 선원 수기안토 씨의 헌신적인 초기 대응, 울진해양경찰과 해양재난구조대의 신속한 구조 작전, 그리고 민간 선장 심재욱 씨의 자발적인 협력이 없었다면 더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구조 작전은 단순한 재난 대응이 아닌, 지역 사회와 구조 당국이 함께 만든 기적이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여,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