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영화 한 편은 나에게는 역사다. 처음으로 체게바라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쿠바인들의 선한 감성에 유쾌한 점수를 주었던 너무나 감동깊게 보았던 다큐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이 흥미롭고 매혹적인 영화는 독일의 독자적인 영화감독으로 시류에 휩쓸리는 법 없이 실험적인 노선을 견지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빔 밴더스에 의해 탄생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빔 밴더스감독은 영화 <파리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예장동 문창과 시절 필름맴버들은 영화시사회에 매번 참석하여 감상하고 토론하던 그 오랜 시간들이 내가 그 시절 유일하게 집중하며 누리던 문화 사치이기도 했었다.
이미 오래 전 앨범으로 발매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이 앨범에 얽힌 사연은 여러모로 드라마틱하다. 사랑을 노래하는 느리고 서정적인 포크 음악 '베사메 무초'는 듣는이의 가슴을 뭉글뭉글하게 만든다.
원래 사교클럽이었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맴버들은 1959년 쿠바혁명 이후 뿔뿔이 흩어진 뮤지션들인데 50여년 만에 노익장으로 다시 뭉친다. 콤파이 세군도, 루벤 곤살레스, 이브라힘 페레르, 오마라 포르투온도 등은 6일 만에 녹음한 이 한 장의 앨범으로 삶이 바뀐다. 1999년 빔 벤더스의 다큐로 만들어지면서 백전노장의 뮤지션들은 미국 카네기홀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공연을 했으며 한국에도 여러 차례 내한하여 팬들을 열광케 했었다.
영화 속에서 노래하는 그들은 모두 늙어 있었다. 청춘을 기억해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가장 뜨겁게 타오르기 위해 그들은 온몸을 악기처럼 구부리고 펴고 늘인다. 쿠바인들 만이 가진 정서가 녹아흐르는 '부에나비스터소셜클럽 '은 뜨겁고 순수한 다큐영화다. 그들의 역사이며 혁명의 트랙이다. 그들 노래는 삶의 질곡 속에서 순수한 소리 그 자체의 리듬이 살아 관중 속으로 침투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고아에 가난하거나 구두닦이 시절을 거친 정교육을 제대로 받지못한 뮤지션들, 이 말은 중요하지가 않다. 그들은 모두 예순을 넘기고서야 자신들의 무대를 가지며 생의 환희에 들어섰다는 사실. 다큐세상이 보여준 진실은 얼마든지 더 있을 것이다. 진실은 항상 숨어있거나 표정을 깊이 은닉하여 더 큰 파장을 줄 것이므로 기회가 된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진실 찾기를 해보시길 권한다.
'몸'의 낡은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짙고 끈끈하고 관능적이며 해학적이다. 주름진 이마와 손과 입술을 가지고 즉흥적인 몸의 감각으로 소리의 색깔을 만들고 리듬을 풀어낸다. 소리의 텍스트가 만들어내는 몇 겹의 주름 사이로 내 정신은 이미 긴장이 풀어지고 무언가 치유가 된다. 영화처럼 내가 불타고 있던 시절로 돌아가 보라, 살아 온 인생의 내밀한 어느 한 지점에서 이제 불꽃 같은 기억 따윈 팽개쳐 버리고 고요한 입술로 허밍하는 이미 늙어버린 청춘에 대해 기뻐할 자신을 충분히 발견할 것이다.
지루한 여름을 보내고 이제 좋은 계절이다. 다양한 축제들이 지역민의 꿈을 키우듯 또는 경쟁하듯 만들어지고 있다. 어김없이 꽃이 있고 노래가 흐른다. 진정 위로가 필요할 때 노래하는 사람이 있듯 우리가 만드는 웰리스가 따뜻한 치유의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의 이브라임 페레르는 누구나 한 번은 꽃을 피운다고 말했다. 꿈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