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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26경(景)_ 부암(浮巖)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10.11 10:33 수정 2024.10.11 10:35

영덕의 명승절경 옥계 37경을 찾아서(27)
| 영덕문화원 이완섭 사무국장

부암(浮巖)은 뜬 바위를 말한다. 당에 붙어있어야 할 바위가 허공에 떠있다. 신기하다. 이런 바위가 옥계 주차장에서 옥련암(玉蓮庵)으로 가는 길 도중에 있다. 바로 삼층대(三層臺)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진주암(眞珠巖)의 동쪽 앞에 있다. 지금은 시멘트로 된 길이 그 위로 지나가고 있어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전하여 오는 이야기로는 "옥계(玉溪)를 만든 조물주(造物主)가 옥과 같은 맑은 물이 굽이굽이 흐르다 울퉁불퉁한 바위에 부딪쳐 멍이 들고 깨어져 흐르면 오십천을 지나 동해로 들어갈 때 밉상을 보일까 봐 바위조차 허공에 뜨게 만들고는 그 바위 밑으로 옥류(玉流)가 부딪치고 멍들지 않은 체 옥색(玉色) 그대로 오십천 하구를 향하도록 부암(浮巖)을 만들었다."라고 한다.
 

그런데 요사이의 산신령은 오히려 부암(浮巖) 위로 길을 놓아 고무바퀴가 물에 젖지 않도록 하였으니 그 실력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제는 옥과 같은 맑은 물이 진주암(眞珠巖)을 굽이돌도록 하여 바위와 부딪쳐 멍조차 들지 않게끔 한 조물주(造物主)의 마음은 읽지 못하고 요사이의 신령님은 오히려 바위가 아닌 시멘트 조각으로 길을 내었으니 옥같이 맑게 흐르는 물이 가끔은 새하얗게 멍이 들어 흐르기도 한다.
 

아무튼 강 가운데에 진주암(眞珠巖)을 두고 맞은편에 부암(浮巖)을 만들어 세운 조물주는 새하얗게 멍든 옥계수(玉溪水)를 쓰다듬어 지품 신양리의 대벌연(大伐淵)으로 흘러보내 이곳에서 황장재에서 내려온 물과 인사를 하며 노닐다가 정신이 들면 강구항으로 재빠르게 달려가기 위하여 오늘도 온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있다.
 

어느 지역이던 이름이 있는 명승지에는 부암(浮巖)이 있어 늘 지나는 선비들에 회자(膾炙)되어 가끔씩 한 수의 시로 읊어지기도 한다. 다음은 어느 모르지만 그곳의 부암에 대하여 읊은 시이다. 전에는 어느 지역인지를 알았는데 뜬바위가 물에 떠서 어디론지 흘러가듯이 머릿속의 기억도 이때 같이 떠서 흘러간 모양이다.

금빛 모래밭에 기려기 내려앉고 金沙落雁
뜬바위에서 고기 노는 것을 보는데 浮巖觀魚
적벽에 꽃잎 떨어지고 赤壁落花
학탄에 돛단배 돌아오네. 鶴灘歸帆

이런 시도 멋있지만 옥계 37경의 부암을 읊은 시도 멋있다. 다음은 부암((浮巖)을 읊은 손성을(孫星乙) 선생의 시 한 수도 읊조릴 만하다.

돌이 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나다닐 정도는 아니고 石也云浮似不經
사수(泗水)가의 좋은 돌처럼 순(舜)임금에게 바칠만하다네. 泗濱可質貢虞庭
정(定)이란 별은 은하에 떠도는 별로 알려져 있지만 定知銀漢漂回者
내려오면 부암(浮巖)이 되고 하늘에 오르면 별이 된다네. 在下爲巖在上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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