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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영덕을 지키는 두 개의 수레바퀴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10.08 13:27 수정 2026.10.08 13:30

김 인 현 고려대 명예교수·재경영덕군향우회장

재경영덕군향우회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다.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자주 던지게 된다. 우리는 왜 고향을 떠나 서울과 수도권에서 살면서도 향우회를 만들고 모임을 이어가는가.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영덕인이기 때문이다.
 

'영덕인'이라는 정체성은 우리에게 자부심을 주고 서로에 대한 연대감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 자부심과 연대감이 강할수록 고향과 향우회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책임도 기꺼이 감당하게 된다.
 

나는 영덕 축산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내가 자란 집과 부모님, 친척들, 초·중·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모두 영덕에 남아 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길러준 곳도 영덕이다. 그래서 나에게 영덕은 단순한 출생지가 아니다. 나의 뿌리이고 정체성의 한 부분이다.
 

영덕에는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역사와 문화도 많다. 아름다운 동해와 산천이 있고, 나라가 어려울 때 고향을 지킨 호국의 역사가 있다. 고려 말과 조선 초의 대학자 목은 이색 선생과 인연이 깊은 영해 호지마을과 관어대가 있고, 조선시대 영남 유학과 선비문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런 역사와 전통을 알고 나면 '나는 영덕 사람이다'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자부심이 생긴다. 영덕이 발전하고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될수록 출향인들의 자부심도 커진다. 반대로 고향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올 때 출향인들이 느끼는 안타까움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고향의 명예가 곧 우리의 자부심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덕인이라는 정체성이 주는 두 번째 힘은 연대감이다. 같은 영덕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려움에 처한 향우에게 위로를 건네고,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한다. 서울에 유학 온 후배들을 위해 영덕학사를 만들고 장학금과 기부금을 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들이 다른 지역의 젊은이가 아니라 우리의 고향 영덕에서 올라온 후배들이기 때문이다.
 

향우회와 동창회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모임은 단순히 식사를 함께하고 안부를 묻는 친목단체가 아니다. 출향인들에게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공동체이다. 주말에 향우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나의 주변에 나를 이해하고 도와줄 사람들이 있다는 믿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경영덕군향우회는 출향인들의 자부심과 연대감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수만 명에 이르는 수도권의 영덕 출향인들이 서로 힘을 합친다면 향우들의 생활은 물론 고향 발전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고향의 제2금융권에 예금을 예치하고 향우들이 운영하는 기업과 상점을 서로 알리고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향우회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AI 교육도 같은 취지다. 재경향우회에는 80대 어르신부터 20·30대 젊은 향우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시대에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 향우회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향우들의 실제 생활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이미 첫 교육을 실시했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할 생각이다.
 

출향인들의 고향 사랑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고향에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출향인들은 앞다투어 성금을 모으고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탰다. 몸은 서울과 대구, 부산 등 전국 곳곳에 있지만 마음의 한 부분은 여전히 영덕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 가지를 더 생각해야 한다. 출향인들이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뿐 아니라 고향은 출향인들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물론 고향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지방소멸이 현실적인 문제가 된 오늘날 '영덕'이라는 이름과 공동체를 지켜내는 것은 주민과 출향인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사랑도 서로 주고받을 때 오래간다.
 

출향인들도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시고 고향의 집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머물 곳이 마땅하지 않아 방문을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재경영덕군향우회는 영덕군과 지역 공공기관, 민간 숙박시설 등이 협력하여 출향인들이 고향을 방문할 때 편리하게 머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숙박비가 없어서가 아니다. 고향을 생각하고 고향 발전에 기여해 온 출향인들에게 "언제든 돌아오십시오. 여러분의 고향입니다"라고 말해주는 상징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덕인이라는 정체성의 마지막 요소는 책임감이다.
 

출향인은 고향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에 참여하고, 후배들을 돕고, 향우회의 간부를 맡아 봉사하는 것도 책임의 실천이다. 영덕에서 군정과 군의회, 각 기관과 단체를 이끄는 지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고향에 사는 주민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출향인들이 영덕인으로서 자부심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향 영덕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두 개의 수레바퀴는 고향에 사는 주민과 출향사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는 곳은 달라도 '영덕'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다. 영덕 주민과 전국의 출향인들이 서로 돕고, 영덕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연대하며 각자의 책임을 다할 때 지방소멸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재경영덕군향우회장으로서 나 역시 그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하나 된 영덕, 발전하는 영덕, 안전한 영덕." 이 세 가지 목표를 위해 수도권의 수많은 향우들과 힘을 모아 고향 영덕의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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