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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읍의 구석구석에 촘촘히 숨어 있는 숨소리와 지나간 흔적들이 품고 있는 서사를 더듬어 나가는 걸음이 처음에는 휑하기도 했고 막막하였으며 겸연쩍기도 했다. 계획한대로 성과를 얻지 못한 이틀은 전전긍긍 앓는 시간이었다.
한 마을을 반 이상 훑어 본 후에야 가슴에 들어오는 숨어 있던 것들의 가치에 매료 되면서 나의 산책길은 속도가 나기 시작하며 지나간 것들에게서 더 선명한 내일을 선물 받았다.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산책길이었지만 여러 갈래의 영덕읍 저력을 캐내고 싶어졌다.
잠깐 멈추어 있는 것 같은 어떤 부분은 영원한 멈춤이 되지 않게 하고 덕(德)이 충만한 이 소읍(小邑)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다듬어야 할지, 다시 재생 할 수 있는 역동성은 어디에서 캐내야 하는 지가 고민되던 산책길이었다.
과거로만 머물러 있는 것들의 생명력을 일으키는 산책길로 이끌려가는 걸음에는 큰 사명감을 짊어진 문화기획자 같은 결기마저 서리었다.
영덕盈德이라는 이름의 땅은 자신이 품어 왔던 오랜 역사가 제대로 전해지는 지, 어떤 정체성으로 나아가는 지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 이번 영덕읍 산책은 숙연한 시간이었다.
이 산책길에서 가장 절실하게 아쉬웠던 것은 사람들의 기억에만 저장 되어있는 지나간 정감 어린 문화와 소시민들의 역사들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소소한 삶의 기억들은 소박하면서도 생의 밑거름으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반석(盤石)이다.
이 소중한 밑거름을 빈틈없이 챙겨서 낡고 퇴색 되지 않도록 보관하는 작업과 시스템이 너무나 절실했다.
내 이웃이 점점 사라지면서 내 이웃과 함께 쌓아왔던 시간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찾아 볼 수 없는 세대(世代) 단절의 우려가 눈에 보였다.
문화란 어느 한 시대의 번영으로만 융합되거나 번성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크게 각광 받고 있는 시대적 문화의 변화는 함께와 공유의 문화로서 인간관계에서 발생되는 문화가 가치 있다고 인정받고 있다.
사회적 관계에서 형성된 문화가 미래의 복지 생활과 밀접하게 접목 되어 치유에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내 이웃과 함께 했던 생동감 있던 문화를 기억하는 저장고가 점점 사라지기 전에 우리는 그 기억 저장고를 제대로 발굴해야 한다.
명성이 높은 문화만 가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웃끼리 친근하게 주고받은 생활 문화가 사회적 확산 효과가 커다.
세대 차이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불협화음도 세대(世代) 간(間)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씻을 수 있으며 융합의 사회 조직 형성에도 큰 지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라지는 기억 저장고를 제대로 발굴하여 더 섬세하고 철저하게 아카이브 할 수 있는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
그 시기가 어쩌면 늦었을 수도 있지만 더 늦기 전에 그 발굴이 이루어져 소중한 이웃 문화가 잘 계승 되어 또 다시 가치 있는 문화 창조의 선봉적인 역할을 할 삼촌(三村))이 더욱 경이로운 문화 마당으로 어우러지는 영덕.
자연이 말없이 담아 두었던 이야기에 사람들 삶이 한 겹씩 더 얹어 놓았던 문화는 깊은 우물이 갖는 공명이다. 잘 정비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공명의 울림은 영덕盈德이 더 크게 나아갈 문화가 12첩으로 차려지는 만찬이 된 것이다.
기억 저장고의 발굴은 4차원으로 내닫는 시대적 사명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