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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맨 우측이 필자인 임흥우 관세사. |
어렸을 때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교육환경이 나은 도시 학교로 진학하지 못한 걸 한탄했다. 그러나 살아보니 고향 중학에 다닌 것이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고향의 9개 읍, 면 구석구석 출신의 소중한 친구를 갖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영중 4회는 나이 60대부터 해마다 고향을 비롯하여 경주, 포항, 대구, 서울, 인천 등 전국 각지를 순회하면서 전국동창회를 열어 황혼의 우정을 나눠왔다. 참 멋진 프로그램의 재회와 여행을 즐겼다. 그러다가 나이 70대 중반에 접어든 2014년 영덕에서의 1박2일 모임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전국 순회 행사를 마치기로 했다.
코로나까지 겹쳐 길고도 지루한 단절의 시간이 지난, 금년 봄 영중4회 동기들을 다시 만나보았으면 하는 갈망이 싹텄다. 그래서 가을에 부산서 만나 1박 2일 일정의 독특한 부산 밤바다 크루즈와 시내 투어를 함께 즐기는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다정한 옛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그리움은 잔뜩 불타올랐으나, 정작 참가자를 모으려니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참가가 어려운 경우가 속출했다. 그래서 관광단은 일부 친지 포함 남 13명 여 5명 모두 18명으로 단출하게 구성되었다.
우리 동기 투어 그룹은 지난 9월 2일 오후 3시 부산항 여객터미널 3층에서 반갑게 만나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었다. 5시에 출항 수속을 밟아 2만 5천 톤 크루즈선 판스타호에 탑승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크루즈여객선은 오후 5시 서서히 출항했다. 며칠 전부터 계속되던 장마가 끝난 하늘은 활짝 개이고 배는 시원한 밤바다를 가르며 경쾌하게 내항을 빠져나갔다. 일행은 4층 특별실에 배정된 숙소에 여장을 풀고 갑판으로 나가서 부산항의 야경을 구경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저녁 7시부터 1층 레스토랑에서 선상 뷔페가 시작되었다. 양식과 한식, 중국식 레시피로 차려진 요리는 일품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우리 일행은 갑판에 올라가서 선장실을 구경하고 선장을 만나보았다. 샛하얀 마도로스 정장을 차려입은 선장은 일행을 보고 아마 승객들 가운데 연세가 제일 높으신 분들 같다며 비가 온 뒤라 갑판이 미끄러우니 특히 조심하라고 친절히 당부했다. 8시가 되자 선상 나이트클럽에서 디스코 파티가 벌어졌다. 남녀 젊은이들은 고막을 찢을 것 같은 고음의 음악 소리에 맞춰 전신을 흔들며 춤을 추고 괴성을 울려 별천지룰 이루고 있었다.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8시 40분부터는 갑판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불꽃이 작열하여 맑은 밤하늘을 수놓는 관경은 승객들을 황홀한 환상에 빠져들게 했다. 9시가 되자 레스토랑 무대에서 내외국 가수들의 음악공연이 시작되었다. 선객들의 노래자랑과 장기자랑 프로도 곁들여져서 일행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가 11시경 호젓한 분위기의 자리를 마련해서 캔맥주를 마시며 지난 10년간 쌓인 서로의 지나온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해수 사우나탕에 가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친구도 있었다.
다음날 아침 7시 뷔페로 조식을 먹고 갑판에 올라가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오륙도와 영도섬과 부산의 스카이라인을 둘러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크루즈선은 어느새 지난 밤 출항했던 자리로 돌아와 접안했다. 9시 10분 아쉬운 하선시간이 되었다.
영중 4회 동기 일행은 준비된 미니관광버스를 이용, 대연동에 소재한 유엔군묘지를 둘러보고 11시 10분경 영도 동산동 태종대에 도착, 큰꼬막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식사 후 모노레일 태종대 순환열차로 1시간 관광을 마친 뒤 송도 해수욕장으로 가서 바다 위로 날아가는 왕복 2.5km의 부산 명물 케이불카를 탔다. 일행은 다음 용두산 공원 전망대에 오른 뒤 자갈치시장 밀성횟집으로 향했다. 일행은 이 집의 유명한 장어탕에 맥주, 소주를 곁들여서 화기애애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져 각각 영덕, 서울, 대구, 부산으로 귀갓길에 올랐다.
일행은 여행 중 들어온 기부금 130만 원을 영중 4회 동기회의 다음 모임을 위한 종자돈으로 남겨두었다. 노익장을 과시한 관광여행이었고, 참으로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즐거운 모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