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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다락 같이 오르기만 한다느니 추석 상차림이 어깨를 뻐근하게 한다느니 후꾸시마 앞바다의 일로 수산물시장이 난리라느니 하나 같이 주부들의 이마에 주름을 긋게 하는 이야기들 뿐 이지만 추석은 추석이라 마음들은 있는 대로 들떠 있다. 이제 기온이 조금 내려가고 아침저녁 선들선들한 바람이 창문을 기웃거리면 아무리 살기가 팍팍해도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즐거운 마음이 되고 하늘이 높아지고 한없이 푸르러 지면 입맛이라는 게 거짓말처럼 돌아온다. 시장에 아무리 산해진미가 넘쳐나도 자꾸 무엇이 더 없나하고 빈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몇바퀴씩 돌기도 한다. 무엇인가를 찾는다. 무엇일까 무의식중에 어릴 적 어머니가 차려주던 그 어떤 음식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고향, 그래 바로 고향의 내음이 그리워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또 돌고 도는 것이다.
돌미역 한 줄기 눈길을 끈다. 오랜만에 보는 돌미역을 집어 들고 앞뒤를 돌려보는데 주인이 반색을 하며 오늘 아침에 바로 들어온 것이라면서 영덕 것이니 안심하고 가져가란다. 영덕? 귀가 번쩍 뜨이면서 영덕을 아느냐고 소리치듯 물으니 이 장사 하면서 영덕 돌미역을 몰라서야 어떻게 밥을 먹겠느냐며 웃는다. 내가 칭찬 받는 것처럼 좋아서 입이 헤벌어지며 지갑을 연다. 다 먹을 사람이 없으니 절반만 팔라하니 그렇게는 팔 수 없는 물건이라며 난색을 표한다.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더니 마음이 넉넉해지며 내가 선물할테니 나 절반만 주고 집에 가져가서 식구들과 맛나게 잡수라 하고 절반만 받아들고 돌아섰다.
집에 다 가져 와 봤자 한 귀퉁이 조금 떼어 먹고 나면 냉장고에 들락거리다가 결국 쓰레기 신세가 뻔할 것이니 나누어 먹는 게 백번 낫다.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 것에 나 자신이 놀랐다. 모두가 나이 덕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마음에 여유고 생기고 나도 모르게 넉넉해지며 이웃이 눈에 들어오는 복을 누리게 된다. 젊은 날 같으며 야야, 영덕 돌미역이 싱싱하다, 모여라 해가며 고향친구들 불러보아 한 상 차려 먹고 놀 것인데 이제 그렇게 긴급소집을 해 봐야 성사가 안 된다. 하나같이 기들이 빠져서 한 번 나가려면 며칠 전부터 전투준비 하듯이 몸을 달래가며 준비를 해야 한단다. 나 같이 아직 현역으로 뛰는 사람은 잘 모르는데 집에 주로 있는 친구들은 예전과 달리 모이자고 하면 다리에 허리에 무릎에 고관절에 하면서 주제곡들을 틀어대기 시작하고 다음에를 연발한다.
돌미역을 손질해서 초고추장을 찍어 한입 베어 무니 고향내음이 물씬 전해 오며 눈시울이 따끔하다. 그래 고향 여전히 고향은 그리움이구나. 며칠 전 영덕 군수님이 방송에 나오셔서 우리 고향 영덕을 마음껏 자랑하고 소개하며 영덕의 특산물들을 소개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날 그 방송을 보면서 얼마나 뿌듯하고 자긍심이 가득해 가슴이 뻐근했는지 모른다. 영덕 하면 경관 좋고 음식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영덕 대게, 복숭아 등을 떠올리는 게 대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날 군수님은 영덕의 좋은 경관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가을 별미 중의 별미인 자연 송이라고 소개하셨다. 우리나라 자연송이 생산량의 20%이상이 우리 영덕에서 나온다는 말씀을 듣고 나도 처음 아는 일이라 얼마나 놀랍고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말만 들어도 코가 벌름거려지는 자연송이의 향기, 그 아취는 아는 사람만이 안다. 영덕의 기막힌 경관이 그 좋은 자연송이를 그렇게나 많이 길러내 주고 있다니 고맙고 자랑스럽다. 자영송이를 먹으러 고향나들이를 좀 자주해야 할까보다. 숲속 어딘가에 다소곳이 숨어 있는 자연송이의 군락을 만날 수 있다면 아아 생각만 해도 황홀해진다.
영덕의 먹을거리야 복숭아는 말 할 것도 없고 산나물들의 다양함은 또 어디 비교가 되겠는가? 깊고 경관 좋은 산 덕택이다. 차유 앞바다의 물가자미는 영덕 사람이 아니고는 그 진미를 모른다. 우리는 미즈구리라고 부르는 그 물 가자미는 물회를 해서 먹는데 그 맛은 말로 설명이 안 된다. 답은 한번 잡숴보시라니까요 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전복 물회, 돌미역 그 외의 산과 바다와 영덕의 땅이 길러내 준 각종 채소와 농산물들이 모두 영덕 만의 맛을 지니고 있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니 축복의 땅을 고향으로 둔 행복을 어디에다 비교 할 수가 없다. 차유 앞바다의 물목이 유난히 맛난 해산물들을 선사하고 있는 것 같아. 보물이 아닌가 한다.
이런 살기 좋은 복 받은 땅 영덕의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군수님과 잘 보필하는 공무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 고향을 지키시며 어업과 농업에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시는 고향 어르신들께 이 가을날 멀리 떠나 사는 출향민들은 감사의 큰절을 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