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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우리 郡의 존속을 위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자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1.08.19 02:15 수정 2021.08.19 02:21

↑↑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영덕발전연구회 총무이사)

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법률사무소에서 근무를 했고 지금도 친정처럼 연락이 된다. 중간에 한 번씩 경영진을 만나보면 끊임없이 1등을 추구한다. 잘하고 있지만 2등과 격차를 확실하게 벌여야한다고 사람들을 다그친다. 새로운 것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한다. 무엇보다 인재를 소중하게 여긴다. 퇴사했던 사람도 다시 들어왔다가 또 나가고 다시 들어온다. 모든 일들이 사람에 의하여 벌어지고 사람에 의하여 해결되니 무엇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 고객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한다. 판사를 설득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자신의 법리주장을 보강하기 위하여 유명한 교수들의 의견서를 첨부한다. 주심판사의 성향을 알기 위하여 이런 저런 수소문을 한다. 그리고 구성원인 변호사들도 조직에 공백이 있는 부분은 스스로 나서서 그 부분을 책임지고 메꾸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법률사무소는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우리나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로서 아시아 최고의 로펌으로 가지를 유지하고 앞서나가고 있다.

 

나는 우리 고향의 군들도 이렇게 되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가끔 해 본다. 물론 많이 다르다. 군민들의 행복이라는 것이 분쟁해결을 이기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편안하게 아무 일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군민들에게는 더 행복하다. 그렇지만, 군도 조직의 하나라고 본다면, 사회계약설에 따라 군민들은 군 행정에게 일정한 정도의 생명과 행복을 위탁했고 이를 군행정이 받아들인 관계이다. 그 대가로 지방세를 납부한다. 군 조직도 영속해야한다. 자체적으로도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 군세가 열악하면 정치환경에 따라 이웃 시·군에 통합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군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과 혹은 이웃 자치단체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각 군은 자신의 군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어야한다. 지속가능하기 위하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에 맞추어 1년 단위, 4년 단위, 10년 단위의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목표가, 마치 “잘살아보자”는 새마을 운동의 목표가 모든 국민이 이해했듯이, 간단명료하게 군행정과 군민들에게 공유되는 가치가 되어야한다.

 

어느 조직이던지 담당 행정직원들만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조직원으로부터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야한다. 예컨대, 영덕군은 영덕군민 약 3만 5천명에 출향인이 12만 명이라고 한다. 출향인들은 오매불망 고향이 존속하고 잘 되기를 바란다. 군의 발전을 위하여 출향인으로 부터의 협조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들은 고향의 농수산물의 소비자가 될 수 도 있다. 55세를 전후하여 귀향하여 다시 주민등록을 고향에 둠으로써 줄어드는 인구를 증대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1999년 박영회가 결성되었다. 영덕군 출신 박사들의 모임이었다. 120명의 회원이었다. 지금은 300명 가까이 될 것이다. 이들은 교수, 공무원, 변호사 등 각종 전문직에 종사한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과 노하우, 인맥은 상당하다. 군정 중에서 각종 어려움에 이들 영덕출신 박사들을 최대한 활용해야한다. 어느 군이던 이런 활용은 기본이다. 그래서 시·군은 정책 자문위원회를 두어서 이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받는다. 이들의 명단을 확보하여 도움을 청해야한다.

 

경상북도를 보자. 이철우 도지사는 취임 이후 “화요일에 공부하자”는 모임을 만들어 서울 부산 등에서 매주 전문가를 모시고 강의를 듣는다. 도청직원들의 역량강화도 기하고 전문가 활용을 위한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울진군의 “환동해산업연구원”도 마찬가지이다. 울진군과 경상북도가 투자하여 해양과학을 위한 연구소를 만들었고 크게 성장시켰다. 박사들을 울진군이 전문가로 잘 활용하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전문가 활용을 가장 잘 하는 예이다.

 

일상적인 군행정의 범위를 벗어난 정부와의 소송, 대규모 정부사업의 수주 경쟁, 전문적인 사업을 군에서 실시할 때 모두 출향 전문가를 100% 활용해야한다. 군 정책자문위원회를 내실있게 운영해야한다. 그저 면피용으로 조직만 만들고 활용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 보다 못하다. 군행정직원만으로 위와 같은 일을 처리할 수가 없다.

 

연일 영양, 청송, 영덕은 소멸될 군 중의 하나라는 기사를 본다. 이것은 우리들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 군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한다. 고향에 거주하지 않는 출향인이라는 이유로, 선거 중 나를 지원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가볍게 보거나 배척해서도 안 된다. 다른 군이라고 피해서도 안 된다. 영덕, 청송, 영양은 모두 같은 동지이다. 영덕에서 부족한 전문가가 영양에서 있다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우리 군들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우리 군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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