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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우리의 四月은 어디에,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04.24 10:44 수정 2026.04.24 10:49

이 영 숙 칼럼위원

이상화 님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 구절 중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라는 구절이 자꾸만 입속에 맴도는 올해의 4월이다.
 

아직도 곳곳에 화마가 휩쓸고 간 산들을 정리하는 벌목 현장은 가슴 아프다. 4월 꽃자리는 지나온 겨울을 딛고 우리의 마음에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꽃처럼 피어나기를 바라며 화사한 서사를 세상에 부려 놓는다.
 

꽃은 단지 아름다움만 우리에게 안겨 주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생겨나는 꿈이 있어 사람의 영혼을 정화 시켜 유한을 짜서 무한을 넓게 펼쳐 준다. 그런 사월의 꽃자리 같은 터전이 수두룩한 곳이 영덕이다. 특히 영덕읍 석리는 누구나 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추고 감탄하는 곳이다. 지중해 해안 그 어떤 도시 보다 더 우리 정서에 감동을 주는 곳이다.
 

바닷가 바위 언덕에 터전을 잡아 바다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석리는 천연의 지원을 고스란히 지키면서 찐득한 물질은 비어 있어 더욱 가득 차 있는 해안지역이다. 봄 잎사귀들의 붓질, 한여름의 탁 트인 바다내음, 갈잎들과 노니는 바람 소리, 첫눈 같은 설렘이 겨울바람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는 곳이 석리다.
 

꾸밈없이 진실의 세계가, 잔잔히 바다가 시키는 대로 진면목을 보이는 곳이다. 그런 곳이 사라질 거라 하니 윤택한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회의(懷疑)가 일어난다.
 

몇 년 전, 방폐장 설치가 강렬한 찬반의 대립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처럼 시끄러웠다가 슬그머니 잠잠했는데…….
 

군민들 다수가 원한다는 원전유치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워 찬성의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완의 예술 해안지역 석리를 그 과학의 두엄 속에 수몰시켜야 할까. 머무름이 짧은 물질의 풍요가 내밀한 우리 정신을 오랫동안 충분히 채워줄까. 언제까지 덧없는 충만을 베풀어 주면서 세상살이 시름겨움을 거두어 줄까.
 

사월의 봄비를 사랑하는 사월 꽃자리처럼 이웃을 위해 미완의 예술이 윤택함이라는 꽂지는 웃음이 풍요로운 그 해안지대를 꼭 삼켜야 할까. 느닷없는 산불로 위기에 처한 마을의 사람들을 구한 두 외국인의 선행이 바로 석리의 품격 있는 사유를 공유한 현실이다.
 

천연(天然)이 깨우쳐 주는 석리 마을의 무의식선율을 함께 익힌 순수한 심리적 근본을 제대로 실천한 본보기다. 석리를 영덕의 새로운 물질 관광의 요새로 전락시키지 않으면 산불의 뒷수습이 어려움에 부닥칠까.
 

바닷가 바위를 뒤덮던 파도와 맞서 따개비처럼 이룬 그 마을을 일그러뜨리고 변형시키고 뒤틀어서 정신적 공터로 만들어야만 영덕의 미래가 풍요로울까. 비워진 미완의 미학으로 채워진 생명력이 잘 어우러진 자리를 지키자는 다부진 생각에 응원하는 여론이 왜 호응받지 못할 수밖에 없는가. 매우 중요한 현안이므로 여러 가지의 체계를 더 심각하게 가로세로 잘 견주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지방 선거의 재물로 급격하게 부각할 논쟁거리가 되어서는 안 되는 프로젝트라 여겨진다.
 

우리의 4월이 제대로 된 꽃자리무늬를 그렸으면 좋으련만……. 산불 후유증이 너무 참혹하여 내세워진 '원전유치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는 현수막에 머리가 숙어지지만, 여러 겹으로 미래를 측량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건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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