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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아아, 4월이다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04.10 10:41 수정 2026.04.10 10:46

김 청 자/ 김청자패션부틱대표, 전 재경영덕읍향우회 회장

연일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역시 봄은 빠르게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곱게 그림을 그리지만 가을 하늘과 달리 포근한 느낌을 주는 봄하늘의 정취는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개나리가 담장을 덮고 목련이 도도하게 목을 뻗어 피어나더니 매화가 은은한 자태로 춘심을 건드린다.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 올라 하늘을 덮는가 싶더니 어느새 낙화를 준비한다. 진달래는 요염한 분홍색으로 춘심에 불을 질러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든다.
 

이맘 때면 산으로 들로 쑥을 뜯고 냉이를 캐러 책가방 집어던지고 달려 나가던 양자, 원자 등은 불러도 대답이 없다.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봄바라기를 하는 이 친구들의 머리 위에 건강하라고 복을 비는 것만 같기도 하다. 학교가 파하면 단숨에 집으로 달려와 마루에 책가방을 집어 던지고 걸려 있는 바구니를 옆에 끼고 정신없이 달려 나가면 푸릇푸릇해진 풀밭에 쑥도 냉이도 지천이었다. 갑자기 콧날이 시큰해지며 눈이 따끔거린다. 지난해 산불로 고향의 산들이 그 아름다움을 다 잃고 새까맣게 폐허가 된 현장이 눈에 아른거려서다.
 

내 고향 영덕의 산은 오밀조밀하고 아름다웠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봄이면 뾰족뾰족 올라오는 새 생명의 활력으로 산야를 파릇파릇하게 물들이며 희망을 안겨 주었다. 그 긴 겨울을 용케도 이겨내고 어김없이 굳은 땅을 뚫고 당차게 솟아올라오는 새 풀과 싹들은 보기만 해도 희망이 솟아오르는 희망의 전령사였다. 우리는 고사리 손으로 쑥을 뜯고 냉이를 캐서 바구니를 채우며 계속 깔깔거렸다. 무엇이 그리도 웃을 일이 많았던지 다 기억나지 않지만 그야말로 솔방울이 굴러가는 모양만 보아도 웃음보가 터지던 천진난만한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내 손으로 뜯어간 쑥으로 국을 끓여주면 그날 저녁은 그야말로 꿀맛이 따로 없었다. 어머니는 더 큰 소리로 칭찬을 하고 또 해 주심으로 어린 딸의 기를 한없이 살려 주셨다. 작년에 찾았던 화재 현장인 고향 산에는 그런 희망의 자취는 눈 씻고 보려 해도 찾을 길 없고 절망과 상실의 아픔만이 그득 고여 있었다. 하지만 그 고향 산에도 이 봄의 기운은 어김없이 내려 덮여 온기를 불어넣고 있으리라. 고향 벗님네여 힘을 내시라 불타버린 산야에도 다시 푸르름이 찾아올 것이니 희망을 잃지 말고 아주 힘겹게 고개를 내미는 푸른 싹을 두 손 들어 환영하고 쓰다듬어 주어야겠다.
 

무서운 산불의 화마가 훑고 지나간 자리는 죽음의 냄새만이 가득 남아 있었다. 잎과 겉을 다 태워버려 푸르름의 기운조차 느낄 수 없는 잔해는 덩그러니 서서 나무였음을 무언으로 알리고 산불의 무도함을 몸으로 고발하고 서 있을 뿐이었다. 어지간해야 잔해들을 다 쓸어버리고 새날을 준비하지, 이거야 그 큰 산덩어리를 모두 태워버렸으니 무슨 수로 단시일 안에 그곳을 정리할 수 있겠는가? 자연의 순리로 화기로 죽은 것만 같던 땅이 제 숨을 쉬며 소생해서 새로운 생명의 전령을 보낼 것이다. 그들은 쑥으로, 냉이로, 아니면 다른 풀들로 산야의 틈틈을 메우며 올라올 것이다. 우리는 거기서 희망을 보고 배운다. 이것 또한 신의 선물일 수 있다.
 

내 고향 영덕의 사랑하는 이웃들이여, 부디 낙심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이 봄을 맞으소서. 반드시 그 안에 우리 영덕의 소생의 메시지가 들어 있을지니 놓치지 말고 더 힘을 내서 분홍 꽃물결을 이루고 있는 복사꽃 그늘을 찾아 올해 복숭아 농사의 풍년을 빌며 미리 감사의 인사를 올려봄도 좋으리라. 동해의 푸른 물결은 한층 더 힘차 강구항의 어획이 기적적으로 좋아질 것도 기대해 본다. 이란 전쟁으로 온 세상이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난리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을 기름값에 벌써부터 어민들은 울상이다. 정부가 손 빠르게 지원해서 어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리라고 믿으며 이 역시 힘을 내시라는 격려의 인사와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냇가의 버드나무 춤추는 동네는 동요의 노랫말만이 아니다. 고향을 떠나온 온 나라의 출향민들이 고향의 풍요를 비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뜻 깊은 노랫말인 것이다. 내 고향 영덕의 고운 산들이 하루속히 회복되기를 빌며 봄기운을 빌어 간절히 기도한다. 푸른 영덕, 맛있는 음식으로 기억되는 영덕, 동해의 푸른 물결로 연상되는 희망의 영덕이 전국의 관광객을 오늘도 힘차게 부르고 있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영덕의 멋진 산야로, 복사꽃 그늘 찾아 자리를 펴자. 영덕이 어디 대게만 있다더냐, 다른 것도 무궁무진 헤아릴 수 없이 많아 세지 말고 그냥 가 보자, 한번 신나게 떠나보자. 4월이 부른다. 희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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