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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산불 1년, 영덕 아직 복구 중 필요한 건 공허한 약속 아닌 현실 재건

박문희 기자 입력 2026.03.20 15:45 수정 2026.03.20 15:48

의성서 번진 초대형 산불에 영덕군 면적 27% 소실…
하룻밤 새 삶의 터전 흔들려 영덕의 시간 아직 복구 중
시간 흐른다고 일상 돌아가기 요원, 6·3 지방선거 앞두고 장밋빛 공약만 넘쳐,
피해 주민 살릴 실질 대책부터 내놔야


[고향신문=박문희기자] 초대형 산불이 영덕을 휩쓴 지 1년이 지났지만, 영덕의 시간은 아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룻밤 사이 군 면적의 27%에 이르는 지역이 불에 타 사라졌고, 주민들은 지금도 무너진 일상을 붙잡은 채 복구의 한가운데 서 있다.
 

지난해 발생한 대형 산불은 단순히 산만 태운 것이 아니었다. 주민의 집과 생계, 마을 공동체, 지역 경제까지 광범위하게 흔들어 놓았다. 1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 지역 곳곳에는 복구의 흔적보다 상처의 흔적이 더 짙게 남아 있다. 문제는 복구가 길어질수록 주민 고통이 더 선명해진다는 점이다.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부족한 지원금에 기대 힘겹게 버티고 있다. 주거 복구와 생계 회복, 생활 안정에 필요한 비용은, 큰데 지원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재난 직후 긴급 지원만으로는 삶을 다시 세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호소가 현장에서 계속 나온다.
 

영덕군의 재정 여건도 넉넉하지 않다. 열악한 재정 속 이재민 지원과 피해 복구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군은 제한된 예산, 안에서 복구와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커 행정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군민 전체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1년을 버텨온 셈이다.
 

산불이 남긴 후폭풍은 피해 지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역 경제 전반도 깊은 침체를 겪고 있다. 복구가 장기화하면서 소비는 얼어붙었고, 지역 상권과 자영업자, 관광업계까지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재난은 끝났지만, 재난 이후의 경제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1년은 회복의 시간이기보다 버텨낸 시간에 가깝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주거와 생계, 심리적 충격까지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불에 탄 집은 다시 지을 수 있어도, 하루아침에 무너진 삶의 감각과 공동체의 균열은 쉽게 복원되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형식적 복구 완료 선언이 아니다. 피해 주민이 실제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지속적인 지원이다. 단발성 보상에 그칠 게 아니라 주거 재건, 생계 안정, 지역 상권 회복, 산림 복원까지 포괄하는 장기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재난 대응의 평가는 불을 얼마나 빨리 끄느냐가 아니라, 피해 주민을 얼마나 끝까지 책임지느냐에서 갈린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지역 정치권이 먼저 답해야 할 질문도 분명하다. 새로운 비전과 대형 개발 공약도 필요하지만, 정작 눈앞의 피해와 복구 현실을 외면한 채 장밋빛 청사진만 내세우는 일은 공허할 뿐이다.
 

주민이 당장 체감하는 문제를 외면한 공약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지금 영덕에 필요한 것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약속이다. 이재민 주거 안정, 생계 지원 확대, 지역 상권 회복, 산불 피해지 활용, 재난 대응 인프라 확충처럼 당장 손에 잡히는 대책이 공약의 중심에 서야 한다. 보여주기식 구호보다 현실에 부합하는 참신한 대안이 절실하다.
 

김광열 군수는 지방선거보다 현안이 우선이라며 영덕 재건의 동력으로 원전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원전 유치의 타당성과 별개로, 적어도 지역의 미래를 위한 재원 확보와 장기적 성장 기반 마련이라는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현안 중심 대응으로 읽힌다.
 

중요한 것은 특정 구호의 크기가 아니라, 영덕이 처한 현실을 얼마나 정면으로 다루느냐다. 영덕의 산불은 1년 전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현실이다. 불길은 사라졌지만, 그날의 피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덕이 진짜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시간만 흘러서는 안 된다.
 

더 두터운, 지원과 더 촘촘한 복구, 그리고 피해 주민의 삶을 중심에 둔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지금 영덕에 필요한 것은 구호성 위로의 말보다 끝까지 책임지는 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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